요즘 시장을 보면 매매보다 전세가 먼저 숨이 차는 느낌이 듭니다.
서울 안에서도 전세가 빠듯한 지역이 계속 늘고 있고, 이게 단순히 임차인 고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매 쪽 심리까지 같이 건드립니다.
전세라는 게 원래는 자금이 부족한 사람에게 시간 벌어주는 장치였는데, 지금은 그 시간 벌기가 예전만큼 싸지 않습니다.
금리가 3.5~4%대에 오래 붙어 있으면 세입자도 부담이고, 집주인도 마냥 버티기 쉽지 않습니다.
보증금 올려 받는 것도 예전처럼 수월하지 않고, 새 계약 갈아타기 과정에서 심사나 보증 조건이 꼬이는 경우도 자주 보입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 늘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전세난이 심해질수록 집값이 무조건 오른다기보다, 먼저 취약한 매물이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특히 구축이나 관리가 허술한 단지부터 반응이 느슨하지 않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더 얹느니 차라리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선택을 하게 되고, 집주인 입장에서는 공실이나 반환 리스크를 떠안기 싫으니 가격을 쉽게 못 부릅니다.
결국 협상력이 약한 쪽부터 밀립니다.
여기서 보유세 얘기가 같이 나오는 것도 괜히 그런 게 아니라고 봅니다.
세금은 늘 조용히 쌓이는데, 시장이 꺾일 때는 그 조용한 비용이 갑자기 크게 보입니다.
현금흐름이 넉넉하지 않은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한 채라도 대출 비중이 높으면 세금과 이자와 수선비가 동시에 압박으로 옵니다.
지금처럼 금리가 잘 안 내려가는 구간에서는 그 압박이 더 선명합니다.
반대로 현금이 많다고 해서 편한 것도 아닙니다.
요즘은 현금 들고 기다리는 사람도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들어가면 더 큰 문제가 생기니, 결국 다들 한 템포씩 늦어집니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거래는 살아나는 게 아니라 버티는 쪽만 남습니다.
겉으로는 거래량이 조금 늘어 보여도, 실제로는 전세 끼고 억지로 이어붙인 거래가 섞여 있을 가능성을 늘 봐야 합니다.
저는 전세가 이렇게 타이트해질수록 시장이 강해진다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취약한 구조가 드러난다고 보는 쪽입니다.
인구는 줄고, 금리는 높고, 공급은 지역별로 엇갈리고, 대출은 예전만큼 쉽지 않습니다.
이 조건에서 전세가 먼저 흔들리면 매매는 생각보다 늦게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늦는 시간 동안 가장 먼저 손해 보는 건 보통 레버리지를 많이 쓴 사람입니다.
서울 안에서도 결국은 버틸 수 있는 단지와 버티기 어려운 단지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입지가 좋아도 관리가 안 되면 금방 티가 나고, 구축이라도 유지보수와 임차인 수요가 받쳐주면 생각보다 오래 갑니다.
다만 대출이 많은 물건은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심리적으로 불편합니다.
요즘 같은 장에서는 그 불편함이 가격보다 먼저 나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