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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과 공급 절벽, 동시에 올 수 없는 이유

수정과 | 17:56 | 조회 1 | 좋아요 0

요즘 시장 얘기를 들어보면 참 모순적입니다. 한쪽에선 반도체 호황으로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전세 수급이 5년 만의 최악이라고 합니다. 이 두 신호가 동시에 떨어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마치 하나만 보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반도체 호황이 집값을 밀어 올린다는 분석을 자주 봅니다. 실제로 지난 몇 개월간 외곽과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거래량이 폭증했고, 서울 강남권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죠. 그런데 동시에 임차인들의 전월세 수급 지수는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게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을 드러내는 신호라고 봅니다.


금리가 고착화되면서 은행권 대출 심사가 더 보수적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지난 2주간 상담을 다니면서 전세를 끼고 매수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문제는 잔금일과 전세 만기 사이의 시간차입니다. 은행 심사 관점에서 보면 그 사이 시간이 '빈틈'이 되어버립니다. 심사 기준이 엄격해지니까 겨우 낄 만한 물건도 이제 "추가 증빙이 필요하다"면서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실제 고용과 소비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 시장은 그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동성은 이미 흘러들어왔고, 규제된 강남과 강북의 틈새를 찾아 외곽으로 쏟아져 나가는 상황입니다. 이걸 "활황"이라고 부르는 건 착각이라고 봅니다. 이건 "수요가 공급 부족에 내몰려 상향 이동하는 현상"일 뿐입니다.


공급 측면을 봅시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2만 가구 대인데, 2027년에는 1만 가구대로 더 떨어진다고 합니다. 착공도 24% 감소, 준공도 41% 급감했습니다. 부동산의 기본 공식대로 3~4년 뒤 입주를 생각하면, 지금의 부진은 2028~2029년 공급 절벽으로 확정된 겁니다. 이건 전망이 아니라 이미 나온 통계입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을 보면 어떻게 될까요. 종부세 공정가액비율 인상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3억 4천을 넘기면서, 이제 어지간한 실거주 1주택자도 종부세 기준에 걸려버렸다는 겁니다. 종부세 대상이 2년 새 32만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책이 비거주 1주택자를 역으로 밀어내려 하고, 그러면 또 전월세 매물이 회수되는 악순환입니다.


지난 5년 문재인 정부 때 뭘 배웠습니까. 공급 없는 규제는 결국 더 큰 상승을 만들어냅니다. 세금으로 누르고 규제로 막으면, 시장은 다른 입지로 흘러가거나 더 높은 가격으로 반발합니다. 지금 벌어지는 외곽과 수도권 거래량 폭증이 바로 그겁니다. 규제의 칼을 빼들려는 순간마다 정부 스스로 머뭇거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된다고 해도, 그 돈이 집값을 계속 밀어 올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책이 그걸 막고 있거든요. 동시에 실제 공급은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두 힘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뭐가 먼저 터질까요. 저는 임차인의 주거 선택이 더 급해진다고 봅니다. 전세를 못 구하는 사람들이 빚을 내서라도 매수로 넘어가는 "생존 매수"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반도체 호황과 공급 절벽이 동시에 올 수 없는 이유는, 하나가 상승 압력이고 다른 하나가 규제 압력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건 임차인입니다.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커지고, 심사 기준이 자꾸만 높아집니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된다고 해도 이 구조적 악순환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유동성이 풍부해질수록 더 빠르게 돌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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