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을 지켜보면 자금의 흐름이 굉장히 선택적이 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반도체와 AI라는 특정 섹터가 만든 이익이 주식으로 먼저 인정받고, 거기서 나온 성과급과 매각차익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인데, 문제는 그 돈이 가는 곳이 정해져 있다는 거죠.
강남, 마용성, 압구정 같은 지역의 신고가 거래들을 보면 현금 보유층의 자산 재배치일 뿐입니다. 이미 충분한 자산이 있는 사람들이 세제 변화에 앞서 자산을 이동시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대출심사 기준은 계속 깎여 내려갑니다. 실제로 최근 몇 개월간 전월세 시장을 추적해보니 같은 대출 한도라도 자금 증빙 요구서류가 확실히 많아졌어요. 은행도 반도체 호황이 모든 대출자의 신용도를 올려주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는데, 공급 이야기가 뜬금없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지난달부터 재건축 분담금 협상 사례들을 들어보니 공사비 상승이 얼마나 심한지 피부로 와닿습니다. 여의도 재건축들이 평당 1,500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건 맞는 얘기고, 문제는 그 수준의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조합원이 점점 줄어든다는 거거든요. 결국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은행 대출을 끼워야 하는데, 은행이 시장 신호를 어떻게 읽고 있느냐가 사업성을 결정하는 시점이 됐습니다.
재개발도 마찬가지예요. 용산 같은 곳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공사비 상승 환경에서 분양가를 어디까지 책정할 것인가가 가장 큰 변수입니다. 그리고 분양가가 높으면 당연히 구매층이 제한되죠. 결국 한강변, 강남권 같은 공급 가능한 지역들도 실제로는 '현금 충분한 자산가들만 들어올 수 있는 대상'으로 재정의되는 겁니다.
지방은 어떻게 되는가 하면, 그쪽 미분양과 공실 현황이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서울 수도권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지방 상가와 주택의 공실률이 올라가는데, 특히 동탄 같은 신도시도 지금 과열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투기 수요가 들어온 거고, 실거주 관점에서 보면 공급 과잉의 전조가 보입니다. 대출 만기가 오면서 건설사 자금줄이 경팍해지고, 그 다음이 임대인의 자산 처분 압박이라는 걸 경매장에서 몇 번이나 봤거든요.
결국 이 상황을 한 줄로 정리하면,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이 '공급할 수 있는' 지역에만 자금을 몰아주고 있다는 겁니다. 공급 규제로 묶여 있는 강남과 도심은 더욱 높아지고, 공급이 많은 지역은 임차인 이탈과 보증금 반환 압박이 심해지는 식의 양극화가 심화되죠. 세제나 금리 조정으로는 이 구조적 왜곡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점은, 지금 대출심사 강화가 일어나는 게 단순히 기준금리 때문만은 아니라는 거예요. 은행들이 반도체 호황이 모든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선택적 호황인데 선택되지 않은 곳의 담보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이미 대출심사에 반영되고 있거든요. 이게 앞으로 3~4분기 동안 얼마나 뚜렷해질지가 관찰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