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건축 얘기 나올 때마다
저는 입지보다 먼저 공사비부터 봅니다.
예전엔 사람들이 평면이 어떻고
동간거리가 어떻고
커뮤니티가 어떻고 그러는데,
지금은 그게 다 좋아 보여도
마지막에 숫자 맞추다가 무너지는 경우가 더 신경 쓰입니다.
공사비가 한 번 튀면
그냥 분담금이 조금 늘어나는 정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조합원들 자금 사정이 들쭉날쭉해지고
중도금 납부가 밀리고
설계가 바뀌고
일부는 매물로 나오고
그 과정에서 비례율이 흔들립니다.
비례율이 흔들리면
말이 좋아 사업성 조정이지
실제로는 이 사업이 끝까지 갈 체력이 있느냐를 다시 보게 됩니다.
은행도 그걸 제일 먼저 봅니다.
현장에서는 종종
“어차피 입지 좋은 재건축인데 버티겠죠”
이런 식으로 말이 흘러가는데,
금융권은 그렇게 안 봅니다.
조합원 일부가 감당 못 하고 내놓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담보가치 판단이 훨씬 보수적으로 바뀝니다.
분담금이 오른다는 건 단순히 개인 부담이 느는 게 아니라
유동성 약한 조합원이 먼저 흔들린다는 뜻이니까요.
그건 은행 입장에선 상당히 불편한 신호입니다.
특히 공사비 증액이 설계 변경으로 이어질 때가 좀 꺼림칙합니다.
처음 제시한 그림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얘기고,
그만큼 원래 예상한 숫자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사업이 커질수록 숫자 하나 바꾸는 일이
단지 디자인 수정이 아니라
조합원들한테는 거의 자금계획 재작성입니다.
이럴 때 매수자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새 아파트 되면 다 해결되겠지”
이런 식인데,
그 나중까지 버티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분담금이 커질수록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생기고,
그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가격 방어가 생각보다 약해집니다.
재건축은 결국
좋은 입지의 상품을 새로 만드는 일이긴 한데,
그 과정에서 돈줄이 막히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상품성은 미래 이야기고,
공사비는 오늘 이야기입니다.
금리는 고착되고 자금 여건은 빡빡한데
오늘 숫자가 안 맞으면 미래도 생각보다 빨리 흔들립니다.
서울 안에서도 이런 차이가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재건축 호재라고 묶여 보여도
실제로는 사업비를 어떻게 견디느냐에 따라 속도가 갈립니다.
같은 재건축이라도
자금 여유 있는 단지와
조합원 고령화가 심한 단지는 체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결국 분양가의 문제가 아니라
조합원 현금흐름의 문제입니다.
저는 그래서 재건축 볼 때
프리미엄보다 분담금부터 봅니다.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중간에 돈 못 내서 흔들리면
그때부터는 기대감보다 피로감이 먼저 쌓입니다.
지금 시장은 이상하게도
겉으로는 가격 얘기만 많은데
속을 들여다보면 자금조달 구조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공사비가 계속 올라가면
좋은 입지의 재건축도 생각보다 길게 질질 끌릴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버티는 사람만 버티고
나머지는 조용히 빠져나갑니다.
그게 시장에선 꽤 큰 차이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