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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오기 전에 꼭 보는 구축 체크포인트 [2]

수정과 | 17:21 | 조회 4 | 좋아요 0

요 며칠 퇴근길에 일부러 집 돌아가는 길을 조금씩 돌려서

구축 몇 군데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비 오기 직전이

생각보다 많은 걸 보여주더군요.


맑은 날 낮에만 보면

대부분 그럭저럭 괜찮아 보입니다.

외벽도 멀쩡하고

주차도 어떻게든 되는 것 같고

공용부 냄새도 덜 납니다.

그런데 장마철 문턱에 서면

그 건물의 버티는 힘이 슬슬 드러납니다.

저는 이 시기에 보는 구축이

평소보다 훨씬 정직하다고 봅니다.


첫째는 배수입니다.

이건 단순히 물 고이는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건물 앞 경사,

골목 높낮이,

대문 턱,

반지하 환기구 위치,

우수관이 어디로 빠지는지,

심지어 분리수거장 바닥이 젖어 있는 방식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서울 서남권 오래된 다세대 밀집 지역은

골목이 좁고

포장면이 이미 여러 번 덧씌워진 곳이 많아서

빗물이 흐르는 길이 어색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겉보기엔 평평한데

실제로는 물이 한 지점으로 모입니다.

그 한 지점이

대문 앞이냐

필로티 기둥 옆이냐

지하계단 입구냐에 따라

나중의 수리비와 공실 리스크가 꽤 달라집니다.


배수가 안 좋은 건물은

세입자가 처음엔 참고 들어와도

한철 지나면 표정이 달라집니다.

신발장 아래가 눅눅해지고

현관 타일 줄눈이 검게 올라오고

1층 공용복도에 미세하게 곰팡이 냄새가 납니다.

이 냄새는 사진으로 안 잡힙니다.

중개사진은 늘 건조한 날 찍으니까요.

그런데 임차인은 첫 방문에서 바로 맡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 있는 집이나

비염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섭니다.

이게 결국 환금성 문제로 이어집니다.

가격을 얼마 깎느냐 이전에

보러 오는 사람이 줄어듭니다.


둘째는 지하주차장 진입과 엘리베이터 연결입니다.

이건 제가 예전부터 좀 유난하게 보는 항목인데

실제로 임차인 이탈 속도에 차이가 큽니다.

지하주차장이 있다고 끝이 아닙니다.

차에서 내려서

비 안 맞고

짐 들고

유모차 밀고

바로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중간에 계단 두세 칸이라도 있으면

평소엔 별일 아닌데

비 오는 날엔 단점이 과장돼서 체감됩니다.

택배 상자,

생수,

쌀,

우산,

아이 손까지 겹치면

거기서 상품성이 확 꺾입니다.

실무적으로도 이런 연결성은

담보 평가에서 은근히 보수적으로 반영되는 편입니다.

수치 하나로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같은 준공연식,

비슷한 면적이어도

실사용 편의가 떨어지는 쪽은

한도 산정 때 설명이 길어집니다.

좋게 말해 보수적,

나쁘게 말하면 출구를 의심받는다는 뜻입니다.


셋째는 공용부 관리의 흔적입니다.

저는 관리비가 싸다는 말보다

어디에 돈을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구축은 특히 그렇습니다.

계단 논슬립이 닳아 있는데 몇 년째 그대로인지,

소화기 교체일이 지나 있지는 않은지,

우편함이 깨진 채 방치돼 있는지,

옥상 출입문 하단이 녹슬었는지,

이런 자잘한 것들이 모여서

건물의 관리 역량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보통 외벽 도색만 보고

관리 잘됐다고 착각하는데

실은 도색보다

보이지 않는 곳의 반복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배관 누수 흔적,

펌프 소음,

공용등 교체 주기,

승강기 내부 버튼 마모 상태 같은 게

훨씬 정직합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이 투명하게 굴러가는 단지는

이런 사소한 티가 덜 납니다.

반대로 관리가 흐릿한 곳은

보증금 반환 리스크까지 연결돼서 봐야 합니다.

나중에 큰 수리 한 번 터지면

집주인이 현금으로 메우지 못하고

그 부담이 임차인 일정에 얹히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넷째는 저층의 일조보다 통풍입니다.

구축 보러 다니다 보면

남향이라는 말이 거의 만능처럼 쓰이는데

저층은 남향만으로 안 됩니다.

앞동과의 거리,

창 열었을 때 맞바람이 있는지,

실외기실이 공기를 막는지,

주방창이 살아 있는지,

화장실 환기팬 소음이 큰지까지 봐야 합니다.

특히 다세대나 나홀로 소형은

도면상 창 개수보다

실제 바람길이 더 중요합니다.

장마철에는 채광보다 습기 배출 능력이 먼저 체감됩니다.

도배 새로 해도

바람길 막히면 한 시즌 못 버팁니다.

세입자는 보통 처음엔 인테리어를 보고 들어오지만

재계약할 때는 냄새와 결로를 기억합니다.

이 기억은 아주 끈질깁니다.


다섯째는 택배 동선입니다.

이걸 너무 생활형 디테일로 치부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오히려 지금 시대엔 핵심 상품성이라고 봅니다.

문 앞에 택배를 둘 수 있는 폭이 나오는지,

공동현관 비밀번호 체계가 너무 번거롭지 않은지,

비 오는 날 박스가 젖는 구조인지,

택배기사가 건물 진입을 꺼릴 만한 계단인지.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실거주 만족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경매 낙찰가율 볼 때도

이런 생활 디테일이 반영된다고 저는 봅니다.

대단지 신축처럼 시스템으로 덮어버릴 수 없는 영역이라서

오래된 건물일수록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한 번 불편하다고 각인되면

다음 임차인 구할 때 설명이 길어지고

설명이 길어진다는 건

결국 흥정 여지가 커진다는 뜻입니다.


여섯째는 주차 대수보다 주차 싸움의 형태입니다.

이건 숫자보다 분위기 문제에 가깝습니다.

2세대형이든 소형 공동주택이든

대수가 부족한 건 다들 압니다.

문제는 그 부족분이

어떻게 드러나느냐입니다.

이중주차를 서로 전화 한 통으로 푸는 분위기인지,

아예 특정 세대가 길목을 상습 점유하는지,

방문차량 오면 바로 갈등이 나는 구조인지.

비 오는 날 밤에 보면 더 잘 보입니다.

우산 쓰고 잠깐 세우는 순간

전체 동선이 꼬이는 곳은

숫자보다 체감 스트레스가 훨씬 큽니다.

이런 단지는 공실이 생겼을 때도

차 있는 임차인은 잘 안 붙습니다.

그러면 결국 수요층이 좁아지고

수익률 계산이 흔들립니다.

겉으로는 월세 5만 원 차이인데

실제로는 공실 한 달로 다 날립니다.


일곱째는 비 오는 날 상가 1층의 표정입니다.

주거만 보시는 분들도 이건 같이 보셔야 합니다.

같은 건물 1층이나 맞은편 근생이

비 오는 날에도 최소한의 유동이 있는지,

셔터 내린 점포가 오래 묵은 느낌인지,

간판은 살아 있는데 영업시간이 들쭉날쭉한지.

이게 직접적으로 아파트 시세를 결정하는 건 아니어도

주변 현금흐름의 질을 보여줍니다.

상가 공실이 길어지면

동네의 체력이 먼저 빠지고

그 다음엔 임대인들의 가격 결정권이 약해집니다.

보증금 반환이 불안한 임대인일수록

초기 조건을 세게 부르지 못합니다.

겉으론 세입자 우위 같아도

실은 동네 전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거용 하나만 덩그러니 떼어 보지 않습니다.

주변 100미터의 영업 밀도와 회전 속도를 같이 봅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반론이 있습니다.

그렇게 디테일하게 따지면

살 집이 어디 있냐는 말이지요.

맞는 말입니다.

완벽한 구축은 드뭅니다.

저도 다 압니다.

다만 지금 시장은

예전처럼 대충 덮고 넘어가도

시간이 해결해주는 장이 아닙니다.

금리가 아주 편한 수준으로 내려온 것도 아니고,

가계부채가 가벼워진 것도 아니고,

인구 구조가 갑자기 좋아진 것도 아닙니다.

이럴수록 상품성의 차이가

더 잔인하게 가격 차이로 남습니다.

좋은 물건은 덜 빠지고,

애매한 물건은 거래부터 비어버립니다.

제가 하락 쪽 리스크를 자주 말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 있습니다.

거시가 약할수록

미시의 결함이 크게 보입니다.


요즘은 특히

매수자든 임차인이든

처음부터 예산을 아주 넉넉하게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마지막 선택 단계에서

면적 1평보다

주차 동선,

습기,

엘리베이터 연결,

관리 상태 같은 게 결정타가 됩니다.

예전엔 입지 한 줄로 덮이던 단점들이

이제는 계약을 깨는 이유가 됩니다.

상담 단계에서 한도 줄어서 포기하는 사례도 여전히 보이는데

이럴 때일수록 물건 자체의 하자가 더 크게 부각됩니다.

돈이 넉넉하면 불편을 돈으로 메우지만

빠듯하면 불편이 바로 리스크가 됩니다.


저는 구축을 볼 때

가격표보다 먼저

그 건물이 비 오는 날에도 사람을 덜 괴롭히는지 봅니다.

이 기준이 별로 세련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오래 갈 자산은 대개 여기서 갈립니다.

광고 문구가 아니라

장마철 하루를 버티는 구조 말입니다.


이번 주말에도 비 예보가 있던데

구축 보실 분은 낮 맑은 시간만 보지 마시고

한 번은 젖은 시간에 가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 한 번이 나중에 수천만 원짜리 후회를 막을 때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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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
삭제된 댓글입니다.장마철 임장이라는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법에 공감합니다. 혹시 이런 하자가 확인되었을 때, 수리비 협상 외에 보증금 반환 재원 마련이나 유동성 측면에서 임대인과 구체적으로 어떤 타협점을 찾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보시는지요?
2시간전

청보리
삭제된 댓글입니다.수리비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능력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저는 아예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특약으로 걸거나 전세권 설정 등기를 선순위로 확보하는 쪽으로 협상합니다. 사실 근본적으로는 그 건물이 장마철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 자체가 자산 가치 하락과 직결되니, 나라면 차라리 다른 매물을 찾거나 가격을 충분히 더 깎아 현금 버퍼를 확보하겠습니다.
2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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