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정 고갈이 사실상 확정적인 시한폭탄이라는 이야기가 요즘 커뮤니티마다 다시 도네요. 제가 금융권에 오래 있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나 은퇴를 앞둔 분들의 자산 상담을 꽤나 자주 합니다. 다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연금이 없으면 결국 부동산밖에 답이 없지 않느냐'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부동산에 의지해야 한다는 결론만 내리기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자산 방어의 본질적인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연금이 노후의 '안전판' 역할을 상실하면, 개인은 자신의 자산을 '시장 리스크'에 직접 노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그 노후를 지탱해 줄 만큼 건강한 상태냐는 점입니다. 많은 이들이 '똘똘한 한 채'를 외치며 강남이나 마용성으로 자산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아파트들이 은퇴 시점에 다다랐을 때, 과연 지금과 같은 유동성을 유지하며 내 노후 현금흐름을 보장해 줄지는 의문입니다.
현장에서 경매 물건을 훑다 보면, 정작 노후 자금으로 아파트 한 채를 고수하다가 대출 원리금 부담을 버티지 못해 결국 경매장까지 흘러들어오는 은퇴 세대를 종종 마주합니다. 대출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되고, 대출을 끼고 있으면 금리 변동에 계좌가 마르는 상황입니다. 스스로 '생존권'이라 부르는 집이 오히려 '금융 리스크'의 중심이 된 꼴입니다.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건 '부동산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보유세와 양도세의 압박 속에서, 내가 가진 자산이 '언제든 현금화 가능한 형태'인지, 아니면 '시장이 얼어붙으면 꼼짝없이 묶이는 박제된 자산'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지금의 서울 상승세가 반도체나 특정 섹터의 온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온기가 빠졌을 때 내 실거주지가 온전히 방어막이 되어줄지 차분히 따져봐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