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20을 넘기고
반도체 흑자 기조로 다져진 풍부한 시중 현금이
규제를 뚫고 상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분석들이 자주 보입니다.
시장의 유동성 에너지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만,
금융권에서 리스크 관리를 업으로 삼아온 제 입장에서는
최근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다시 7%대 중반에 진입했다는 수치가
훨씬 무겁게 다가옵니다.
지표를 해석할 때 상방 요인과 하방 요인의 작용 경로를
다각도로 쪼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시장은 극단적인 양극화 시나리오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금 매수세가 받치는 핵심 입지의 독주
수출 대기업의 성과급이나 증시 상승으로 확보된 '확정 현금'이
LTV 규제나 금리 압박에서 자유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자금들은 대출 심사 지연이나 DSR 한도 축소에 구애받지 않고
강남권이나 한강변 등 초고가 입지의 매물을 소화해 냅니다.
양도세 중과 부담으로 매물이 잠긴 상태에서
실수요 성격의 현금 매수세가 유입되면
거래량은 적더라도 신고가 위주의 시세 형성이 가능해집니다.
정부의 세제 개편 논의가 보유세나 양도세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
오히려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이 심화되는 구조입니다.
중저가 시장을 덮치는 7%대 이자 장벽
문제는 현금 동원력이 없는 나머지 90%의 일반 서민·실수요자 시장입니다.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은행권 주담대 금리가 다시 치솟으면서
일반 직장인들의 실질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은 임계점에 달했습니다.
가계부채 한계 차주들의 DSR 비율은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인데
금리가 이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버틴다면
수도권 외곽이나 중저가 단지의 매수세는 급격히 얼어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줄 후속 매수세가 끊기는 셈입니다.
전세 시장으로 전이되는 역류 현상
매수 한계에 봉착한 수요가 전세로 잔류하면서
전세 수급을 팽창시키고 있지만,
이 역시 매끄럽게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임대인들이 고금리 이자 부담과 세금 인상분을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여 임차인에게 전가하기 시작하면
결국 보증금 반환 재원이 부족해지는 임대인이 늘어납니다.
최근 서울 서남권 다세대 밀집 지역이나 경기도 외곽 단지에서
역전세 발생 시 보증금 반환 여력이 없어
임차권등기설정이나 경매 신청으로 이어지는 상담 건수가
체감상 확연히 늘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냉정한 관망이 필요한 이유
현금이 움직이는 시장의 화려함 이면에
대출 금리 7%대의 고통을 고스란히 받는 거대한 하방 압력이
동시에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의 지수 상승에 매료되어
무리한 레버리지를 일으키기에는
거시 금융 환경의 하방 리스크가 너무나 촘촘하게 짜여 있습니다.
당분간은 자금줄의 만기와 대출 상환 여력을 극도로 보수적으로 점검하며
시장 추이를 관망하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