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눈을 작년에 클리어하고 나서, 요즘 야숨을 다시 켰어요.
이게 왜냐면, 왕눈 하면서 하늘섬이랑 심층부 쪽에 워낙 정신이 팔려 있다 보니 정작 지표면 탐험을 꽤 대충 끝낸 느낌이 들었거든요. 사당도 빠뜨린 곳이 있고, 코록씨앗도 야숨 때보다 채집 밀도가 훨씬 낮았던 것 같아서 미완성감이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야숨을 다시 켰는데, 솔직히 처음 몇 시간은 좀 낯설었어요.
울트라핸드가 없는 게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 몰랐거든요. 물건 들어서 붙이고 거기에 동력 달아서 굴리는 루틴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다시 야숨 들어가니까, 마그네시스 하나로 해결해야 하는 퍼즐이 오히려 더 제약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근데 이게 신기하게도 30분쯤 지나니까 오히려 편했어요. 선택지가 적으면 고민도 줄거든요.
야숨의 신전 구조가 왕눈 대비 얼마나 단순한지도 새삼 느꼈어요.
왕눈 신전은 기믹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신 공간 자체가 입체적이고, 한 번 안에 들어가면 한참을 있게 되잖아요. 근데 야숨 신전은 사당 하나가 기껏해야 5분에서 20분 사이고, 핵심 기믹도 보통 하나예요. 이게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플로우가 다른 거더라고요. 왕눈은 신전이 '도착 지점'처럼 무게감이 있는데, 야숨은 신전이 탐험 중간에 끼어 있는 '체크포인트' 같은 느낌이에요. 세계관 설계 철학이 거기서부터 조금 달라요.
코록씨앗을 다시 모으다 보니까 야숨의 지형 설계가 왕눈보다 훨씬 평면적이라는 걸 다시 실감했어요.
왕눈은 하늘-지표-심층이라는 수직 축이 있어서 같은 XY 좌표에 세 층위의 탐험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야숨은 그 깊이가 없는 대신 지표 디테일이 더 촘촘해요. 코록씨앗 숨기는 방식만 봐도, 야숨은 바위 아래, 나뭇가지 위, 패턴 맞추기 등 지형 관찰을 요구하는 방식이 많고 왕눈은 심층이나 하늘섬에 따로 배치해서 수직 이동 자체를 코록 발견의 단서로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개인적으로 야숨이 더 완성도 있다고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왕눈은 기믹이 더 다양하고 세계가 입체적이긴 한데, 스토리 전달 방식이나 분위기 밀도는 야숨 쪽이 더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기억의 파편 시스템이 야숨에서 더 감정적으로 잘 먹힌 건 부정하기 어렵고요. 왕눈 쪽 룩백 영상은 구조적으로는 영리한데 감정적인 타격감은 좀 분산된다는 인상이 있어요. 이건 취향 문제라 단정 짓기 어렵긴 하지만.
지금은 대릉구 쪽 미탐험 지역을 채워가고 있는데, 스위치2에서 돌리니까 로딩이 체감상 짧아졌어요.
야숨이 스위치2에서 그렇게 극적으로 달라질 거라 기대하진 않았는데, 신전 진입할 때 컷씬 로딩이나 텔레포트 이후 세계가 펼쳐지는 속도가 미묘하게 빨라진 느낌이 있어요. 수치를 재본 게 아니라서 확실하다고는 못 하겠지만, 일주일 쓰면서 꾸준히 같은 인상을 받고 있기는 해요.
아마 다음 달 오카리나 리메이크 나오기 전까지는 야숨 재탐험으로 때울 것 같아요.
시간의 오카리나 리메이크가 나오면 오픈월드 이전 젤다의 레벨 설계랑 비교해볼 게 또 생기니까, 지금 야숨 다시 하는 게 오히려 좋은 예습이 되는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