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미국 장 마감하고 빅테크들의 자본지출 규모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최근 나오는 가이던스나 추정치들을 모아보면 4대 빅테크의 연간 CAPEX 합산이 대략 7,000억 달러를 넘어 7,200억 달러 선까지 육박하는 흐름입니다.
여의도에 있을 때부터 대규모 설비투자가 수반되는 사이클을 많이 봐왔지만 이 정도 규모의 인프라 집행이 단일 테마로 묶여서 연달아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처음 봅니다.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이 투자가 만들어낼 미래 매출의 성장률에 가 있습니다만 제 분석 모델에서는 다른 숫자를 먼저 두드려보게 됩니다.
▶ PP&E 회전율의 왜곡과 감가상각 시차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집행되면 재무제표 상에서는 유형자산(PP&E) 항목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보통 제조업이나 장치 산업을 분석할 때는 PP&E 회전율을 통해 자산 효율성을 측정하곤 합니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빅테크들이 이제는 사실상 거대한 하드웨어 장치 산업의 성격을 띠게 되었음에도 시장은 여전히 과거 SaaS 시절의 멀티플을 그대로 대입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지점은 자본지출이 자산으로 잡힌 뒤 본격적으로 감가상각(Depreciation) 리드타임이 시작되는 구간입니다.
서버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상각 연수는 보통 4년에서 6년 수준으로 잡힙니다.
즉 지금 집행되는 연간 7,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는 향후 4~5년에 걸쳐 매 분기 영업이익률(OPM)을 갉아먹는 고정비 허들로 작용하게 됩니다.
▶ FCF 마진과의 괴리율 추적
영업이익이 잘 나오는 것처럼 착시가 생기는 이유는 감가상각이 비현금성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장부상 이익(Net Income)은 인프라 가동률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해도 상각 일정에 따라 완만하게 깎이지만 실제 현금흐름인 FCF(잉여현금흐름)는 자본지출이 나가는 즉시 훼손됩니다.
저는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평가할 때 이 FCF 마진과 OPM의 괴리율을 장기 밸류에이션 리스크의 척도로 삼습니다.
만약 이 괴리가 좁혀지지 않고 2년 이상 장기화된다면 이는 인프라의 전력 효율이나 단위 연산당 생산성이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통신망 과잉 투자 시기에도 비슷한 재무적 괴리가 먼저 나타났던 기록이 있습니다.
▶ 밸류에이션 시나리오 설정
현재 시점에서의 포지션 관리는 결국 철저한 시나리오 기반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는 현재의 대규모 투자가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고객들의 이탈률을 낮추고 록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여 마진율을 방어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경우 감가상각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영업 레버리지가 이를 상쇄하므로 현재의 높은 멀티플이 정당화됩니다.
둘째는 인프라 공급 과잉으로 인해 연산 단가가 하락하고 빅테크 간의 점유율 경쟁으로 마진율이 훼손되는 시나리오입니다.
상각 고정비는 그대로인데 매출 성장이 둔화되면 EPS는 시장 컨센서스보다 훨씬 가파르게 꺾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리스크에 대비해 여전히 포트폴리오 내 현금 비중을 25% 선으로 타이트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상단을 열어두고 쫓아가기보다는 2분기 가이던스 확인 이후 각 기업의 실제 FCF 전환율을 모델에 대입해 보며 노이즈를 걸러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