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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끝나고 숫자만 남기는 루틴 [1]

리포트정리 | 00:49 | 조회 12 | 좋아요 0

요즘 제일 도움이 되는 건

종목 더 찾는 게 아니라

장 끝나고 숫자만 남기는 루틴입니다.


미국장 보고 있으면

당일엔 다 그럴듯해 보입니다.

장중 강했던 이유도 맞는 말 같고

약했던 이유도 맞는 말 같습니다.

문제는 다음날 되면

내가 왜 그걸 샀고 왜 안 샀는지

기억이 거의 감정으로만 남는다는 겁니다.

그 상태가 제일 위험했습니다.

수익 난 날은 실력이 과대평가되고

손실 난 날은 시장 탓으로 정리되기 쉬워서요.


▶ 제가 남기는 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티커별로

주가보다 먼저 적는 게 세 가지입니다.

1주물과 1달물 옵션 IV term structure,

실적까지 남은 기간,

그날 가이던스/수주/설비증설 같은 이벤트가

밸류에이션을 바꿀 재료인지

아니면 하루짜리 헤지 수요인지.


이걸 먼저 적는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5% 상승이어도

짧은 만기 IV만 먼저 튀는 날은

현물 추세가 아니라

이벤트 앞둔 보험 수요일 때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주가는 잠잠한데

한 달 구간까지 IV가 같이 들리면

그건 단기 뉴스가 아니라

포지셔닝이 중기로 이동하는 신호로 볼 여지가 있었습니다.

저는 실적 전후 수급 노이즈를 여기서 먼저 걸러냅니다.

차트보다 이게 나중에 복기할 때 훨씬 남는 편입니다.


▶ 숫자 중에서 제일 자주 틀리는 부분은

실적보다 비용 구조였습니다.


예전엔 매출 성장률하고 컨센서스 beat/miss만 많이 봤는데

지금은 감가상각비가 언제부터 손익계산서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갖는지부터 체크합니다.

CAPEX가 커진 회사는

처음엔 다 멋있어 보입니다.

매출도 늘고 스토리도 좋고

투자자도 미래를 사주니까요.

그런데 감가상각이 본격 반영되는 시점에

가동률이 아직 손익분기점 밑이면

영업 레버리지가 회복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정비가 먼저 주가를 누릅니다.

이때 밸류 트랩이 자주 나왔습니다.


제 루틴에선

장비 가동률 추정치,

감가상각비 증가 속도,

FCF 전환율을 같이 붙여 놓습니다.

특히 데이터센터나 장비투자 큰 이름들은

단위 전력당 연산 효율이 좋아졌다는 말보다

그 효율 개선이 실제 가동률과 연결돼

마진으로 변환되는지까지 봐야 했습니다.

인프라 투자 과열 구간에선

좋은 스토리와 나쁜 현금흐름이 같이 가는 경우가 꽤 많았고

그때 숫자 메모가 없으면

나중에 왜 불편했는지 설명이 안 됩니다.


▶ 그래서 저는 요즘

매매 노트의 첫 줄에

이 회사가 지금 멀티플을 방어하는 논리가

매출 성장인지,

영업 레버리지 회복인지,

아니면 둘 다 아닌 기대감인지

하나만 적어 둡니다.


이게 의외로 중요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AI 전환이 기존 고객의 의존도를 더 높이는 구조면

높은 멀티플이 어느 정도 방어됩니다.

반면 IT서비스처럼 사람을 더 태워서 매출을 만드는 구조는

수주가 보여도 인건비가 먼저 올라가면

영업 레버리지가 역전될 수 있습니다.

같은 성장주처럼 보여도

멀티플의 근거가 전혀 다릅니다.

그걸 한 줄로 못 쓰겠으면

대개 제가 아직 이해를 못 한 상태였습니다.

그럴 땐 안 사는 게 맞았습니다.


▶ 새벽 루틴에서 의외로 도움이 되는 건

강한 종목보다 약한 종목 모아보는 작업입니다.


IGV 같은 소프트웨어 묶음도 늘 보지만

저는 강했던 이름보다

지수가 괜찮은데도 계속 비틀거리는 이름들을 따로 봅니다.

여기서 공통점이 나오면

섹터 내부의 비용 구조 문제가 먼저 보입니다.

예를 들어 매출은 방어되는데

FCF 마진이 계속 밀리는 회사들은

대개 인건비 효율과 인프라 효율 사이에 괴리가 생겨 있습니다.

반대로 숫자는 안 예쁜데 주가가 먼저 버티는 회사는

다음 분기부터 고정비 부담이 둔화될 가능성을

시장이 먼저 사는 경우가 있고요.

이건 뉴스 한 줄로는 잘 안 잡힙니다.

종목 몇 개를 같은 틀로 붙여놔야 보입니다.


▶ 현금 비중을 유지하는 것도

사실 이런 기록 습관이랑 연결됩니다.


저는 지금도 포트폴리오 현금 25%는 남겨 둡니다.

금리 경로가 애매하고

CAPEX 부담이 실적으로 다 통과한 국면이 아니라서

무조건 세게 들어갈 이유를 못 찾겠습니다.

그런데 현금을 들고 있으면

올라가는 종목만 보고 조급해지기 쉽습니다.

이때 필요한 게

내가 놓친 종목의 상승 이유가

정말 숫자로 확인되는지,

아니면 내가 그냥 화면에 흔들리는지

분리하는 기록입니다.

노트를 매일 남기면

놓친 종목에 대한 후회가 조금 줄어듭니다.

대신 내 기준 밖이었다는 걸 확인하게 되니까

쓸데없는 추격매수도 줄었습니다.


▶ 결국 미국장은 정보가 부족해서 지는 경우보다

정리 방식이 없어서 무너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지수는 단단해 보이는데

종목별 체감은 많이 다른 장에서는

서사보다 비용 항목,

헤드라인보다 IV term structure,

매출 성장보다 FCF 전환율 메모가 훨씬 오래 갑니다.

저한텐 그게 실수 줄이는 데 제일 효과적이었습니다.

좋은 종목 찾는 기술보다

틀렸을 때 빨리 인정하는 구조를 만드는 쪽이

계좌엔 더 낫더군요.


장 끝나고 숫자만 남겨두면

다음날 뉴스가 바뀌어도

내 기준은 안 바뀝니다.

요즘은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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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학기
삭제된 댓글입니다.매출 성장보다 FCF 마진의 질적 변화에 집중하는 루틴에 공감해. 나도 최근에 재고자산 회전율이랑 수율 데이터를 모델에 결합하면서, 확실히 장중 노이즈를 쳐내는 데 도움을 받았거든. 다만 IV term structure를 매일 기록하는 건 변동성 헤지에 필수적이긴 한데, 장기 투자 관점에서도 그게 유의미한 가시성을 제공한다고 보는지 궁금하네. 나는 아직 데이터 모델링 할 때 밸류 트랩을 피하려고 인건비 효율성 변수를 더 우선해서 붙여보고 있거든.
1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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