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장 중에 VKOSPI가 90선 근접했다는 수치를 확인했습니다.
지난 6월 15일 장중 94.25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그 이후로도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VKOSPI 수치 자체보다 제가 더 불편하게 보는 지점이 따로 있습니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8%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 방향으로의 변동성이 아니라, 급등과 급락이 번갈아 나오는 구조입니다.
이게 옵션 시장에서 VKOSPI를 높이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시장 참여자들이 방향 자체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환율은 오늘도 1530원대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환율 1500원대 안착을 이미 기업 환차손과 지수 상단 제한의 핵심 변수로 놓고 보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고착화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1530원대면 수출 대형주에 일부 긍정 효과가 생기는 건 맞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 유인도 동시에 커진다는 걸 양쪽으로 같이 봐야 합니다.
두 효과가 상쇄되는 게 아니라, 업종별로 비대칭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지수 레벨보다 섹터 간 갭 확대로 나타납니다.
반도체 쪽은 지표가 좋습니다.
6월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8% 급증했다는 수치는 실제 숫자고,
메모리 월간 수출 사상 최대 경신이 임박했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지표상 분명한 팩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지점에서 오히려 조심하는 편입니다.
컨센서스가 한쪽으로 쏠릴 때 그게 낙관 신호보다 선반영·기대치 과잉의 경고로 읽힌다는 게
제가 오래 유지해 온 판단 기준이기도 하고,
지금 반도체 관련 수급 흐름이 딱 그 패턴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임금 인상 기대, 집값 상승 기대까지 연결되는 무드는
시장이 이미 상당 부분을 가격에 얹어 놓은 상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오늘 연기금 매도가 환율 방어 목적이라는 해석도 돌고 있습니다.
가능성 있는 해석이고 저도 일부 공감합니다.
다만 연기금의 매도 목적을 단일하게 단정 짓기엔 변수가 많습니다.
정기 리밸런싱 사이클, 채권 비중 조정, 연금 지급 유동성 수요 등이 겹쳐 있는 주체라
'환율 방어 단일 목적'으로 수렴시키는 건 제 기준엔 좀 과합니다.
단, 타이밍이 환율 압력 구간과 맞아 떨어지는 건 부정하기 어렵긴 합니다.
제가 지금 제일 집중해서 보는 건 수급 주체 분리입니다.
이달 장 중에 개인 수급이 지수 하방을 받쳐주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외인·기관이 대규모 매도를 이어가는 구간에서
개인이 거의 유일한 순매수 주체로 서 있는 구조입니다.
저는 개인 수급만으로 이끈 상승을 추세 판단에서 별도로 취급하는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구조가 지속되는 동안은 지수 반등을 '추세 전환'으로 읽지 않습니다.
단기 기술적 반등과 수급 구조 개선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VKOSPI가 90에 근접한다는 건 옵션 시장이 향후 변동 폭을 크게 열어두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건 상방이든 하방이든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이지,
방향이 정해진 게 아닙니다.
저는 이런 구간에서는 관심 종목 수를 강제로 줄이는 전략을 씁니다.
종목이 많을수록 각각의 변동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그게 판단 오류로 이어지는 걸 여러 번 겪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포트폴리오 현금 비중도 다시 점검할 타이밍입니다.
저는 과거 평년 기준보다 현금 비중을 최소 15% 이상 넓게 유지하는 기준을 세워두고 있는데,
지수가 반등 무드일 때 이 비중이 무너지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고변동성 구간은 역설적으로 그 비중을 지키기가 더 어렵습니다.
단기 급반등이 나올 때마다 현금을 쓰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상방 시나리오를 열어두자면,
반도체 수출 지표가 실제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확인이 나오고
환율이 1500원 초반으로 내려앉는 흐름이 동반된다면
외인 수급이 되돌아오는 조건이 일부 형성될 수 있습니다.
하방 시나리오는,
환율 1530원대 고착 + 연기금·기관 매도 지속 + VKOSPI 고공행진 상태에서
대형주 쏠림이 더 심화되면서 코스닥과 중소형주가 추가로 소외되는 구조입니다.
이 경우 지수 숫자보다 종목 내부에서의 쏠림이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지금은 방향보다 변동성 자체를 관리하는 게 먼저인 구간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