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11시 12분경에 발동했던 매도 사이드카를 보면서 다들 가슴을 쓸어내리셨을 것 같습니다.
외인들이 쏟아낸 프로그램 매도 물량에 지수가 순간적으로 주저앉는 모습을 보며 시장의 체력 자체가 많이 약해졌음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 변동성의 원인을 두고 시장 안팎에서 분분한 해석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중 가장 흔하게 들리는 이야기가 반기말을 맞이한 외인들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리밸런싱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쪼개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지난 5월 29일에 MSCI 한국지수 리밸런싱이 끝났고, 6월 19일에는 FTSE 리밸런싱까지 마무리되었습니다.
기계적인 패시브 펀드 자금은 이미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일 종가 부근에서 대규모 물량 처리를 끝냈다는 뜻입니다.
그럼 지금 출렁이는 수급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저는 패시브가 아닌 글로벌 연기금과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액티브성 자산배분 리밸런싱 시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덱스를 100% 복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합니다.
때문에 특정 기준일에 물량을 한 번에 던지기보다, 대략 6월 중순부터 말일까지 약 1~2주간의 시차를 두고 분할 매도하는 보법을 씁니다.
JP모건 등에서 추정한 이번 반기말 글로벌 자산배분 리밸런싱 규모가 약 1,650억 달러 안팎인데, 이 과정에서 최근 단기 급등했던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신흥국 시장이 기계적인 비중 조절 매도의 타깃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6월 들어 누적된 외인들의 현물 매도세를 보면 실적 펀더멘털의 훼손이라기보다는 자산배분 규칙에 따른 차익실현 성격이 짙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지점은 수급의 주체 이동입니다.
외인들이 쪼개 파는 물량을 최근 일주일 새 개인이 약 25조 원 가까이 받아내며 홀로 매수세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의 실질 유동성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단독 순매수가 누적되는 것은 지수의 하방 지지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확실치 않지만 다음 주 초반인 6월 30일 전후까지는 이러한 분할 리밸런싱 매도 압력이 잔존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상방을 강하게 열기보다 수급 공백이 메워지는 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하방 시나리오로는 개인 수급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며 지지선이 일시적으로 무너지는 경우를 가정할 수 있고,
상방 시나리오로는 7월 초 반기말 배분 작업이 종료된 이후 외인의 빈집 털이성 숏커버링 유입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섣부르게 저점 매수에 나서기보다 외인들의 매도세 진정 여부와 야간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 축소를 관찰하며 호흡을 가다듬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