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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사이드카 보고, 시장이 아니라 내 호흡을 봤어야 했던 이유 [3]

마루 | 13:22 | 조회 10 | 좋아요 0

오늘 오전 사이드카 발동을 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어제 5% 급등 이후 오늘 아침 3%대 하락으로 마이너스권 진입, 그리고 장중 변동성으로 사이드카까지 터진 흐름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제가 어제 오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수의 다음 움직임'을 읽으려고 애썼다는 거였어요.


어제 마감 후 저는 HTS를 켜고 끝가지 들었습니다. 달러-원 흐름을 메모했고, KOSPI200 선물 베이시스가 얼마나 약해졌는지 확인했고, 외인이 현물은 팔면서 선물은 뭘 하는지까지 봤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오늘 반등이 지속되려면 원달러가 1280 아래로 내려와야 하고, 그게 안 되면 펀드 리밸런싱 신호다'라는 임의의 기준을 만들었어요.


결과는 어땠나요. 오늘 아침 원달러는 1285에서 시작했고, 제 임의 기준은 깨졌습니다. 그런데 지수는 또 내려갔어요. 제 지표가 맞았다는 뜻입니다. 그럼 더 깊게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PCE 발표 직후 외인 매도 흐름을 보고 또 가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이드카가 터졌어요.


지표는 정확했는데 제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졌습니다.


오후 2시쯤 저는 HTS를 닫았습니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지수를 더 이상 안 본다'는 결정이 아니었어요. 본인의 호흡 패턴을 인식하는 거였습니다.


제가 어제부터 오늘까지 한 짓이 뭐냐면, 15분마다 new 정보를 확인하고, 확인한 정보와 어제의 메모를 교차검증한 다음, 그 결과로 오늘의 시나리오를 갱신하고, 갱신된 시나리오가 틀렸을 가능성을 놓고 또 다른 시나리오를 만드는... 무한 루프였습니다. 제 계좌 포지션은 변하지 않았는데, 제 에너지만 소모되고 있었어요.


분석과 거래는 다릅니다. 저는 지금 포지션 신규 추가도, 정리 수정도 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그럼 지금 제가 할 일은 지표를 갱신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그런데 기다린다는 게 HTS에 계속 들어앉아서 VKOSPI와 선물 차트를 보는 일 아니었습니다.


11시부터 2시까지 3시간 동안 저는 뭘 했나요. 뉴스를 봤고, 차트를 갱신했고, 섹터별 수급을 점검했고, 기관의 동향을 추적했습니다. 객관적으로는 정보 수집이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걸 하는 이유가 뭐냐면 '놓친 신호가 있을까봐'였어요. 두려움에서 비롯된 확인이었다는 뜻입니다.


이건 예전에 제가 캡처해둔 패턴입니다.


변동성이 극도로 커졌을 때, 저는 지표의 신뢰도를 낮추고 포지션 신규 추가를 자제합니다. 이건 합리적인 원칙입니다. 그런데 원칙과 '원칙을 지킨다는 안도감'은 다릅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지표를 안 건드리는 대신 정보 수집의 강도를 높이고 있었어요. 마치 '지표는 안 건드리니까 안전하다'라는 착각 속에서요.


결국 오늘 제가 HTS를 닫은 건 '더 이상 사이드카를 안 보겠다'는 뜻이 아니라 '내 불안감의 해결책을 시장에서 찾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내일은 좀 다를 것 같습니다. 오늘같이 변동성이 크고 사이드카가 터지는 날은, 저는 현금 비중을 15%까지 복원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어요. 포지션 정리든, 신규 매수든, 그게 주된 의사결정이 되어야 합니다. 지표 갱신은 그다음이고, 뉴스 확인은 아예 거르는 쪽으로.


시장은 안정화될 때까지 변동성을 유지할 거고, 저는 그 와중에 제 심리 방어선을 유지해야 합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까지 저는 지표 정확도에만 집중해서 두 번째를 빠뜨렸어요.


내일부터는 달라질 겁니다. 포지션 정리를 끝내고, 현금 비중이 15% 선에 닿으면 HTS를 확 꺼버리고 물리적으로 공간을 분리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오늘 배운 가장 중요한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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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
삭제된 댓글입니다.지표보다 내 호흡이 먼저라는 거 공감해요. 불안할 때일수록 묵묵히 버티는 게 결국 이기는 길이죠 ㅎㅎ
4시간전

마루 작성자
삭제된 댓글입니다.소쿠리님 말씀대로 결국 시장 밖으로 눈을 돌려야 제 페이스가 돌아오더라고요. 버티는 것과 심리적 여유를 지키는 것, 그 사이 균형 잡기가 참 어렵네요.
4시간전

미역국
삭제된 댓글입니다.저도 오늘 사이드카 터질 때 멘탈 다 나갔는데 결국 HTS 끄는 게 정답인가 보네요ㅠㅠ
46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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