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비소 일이 잦아지는 시즌이 됐습니다. 장마철 들어서면서 일주일에 3~4명은 타이어 공기압 문제로 찾아오는데, 대부분 이상한 게 아니냐고 물어봅니다. 그런데 제가 리프트로 올려서 하체를 보면, 공기압보다 심각한 게 먼저 보여요.
장마철 안전을 위해 공기압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죠. 빗길에서 수막현상을 피하려고요. 근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너무 과하게 올리는 겁니다. 신차 출고 시 표준 공기압이 보통 2.2~2.3기압인데, 요즘은 2.5기압 이상으로 주입해달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높아진 공기압이 지속되면 타이어 측면이 덜 눌려서 롤 현상이 줄어들어요. 운전 느낌은 좋아집니다, 확실히. 하지만 하체 부싱한테는 엄청난 스트레스예요. 타이어가 노면 충격을 덜 흡수하면서 그 힘이 고스란히 로어암, 스태빌라이저 링크의 부싱으로 전달됩니다. 제가 30년 정비를 하면서 본 게 있는데, 공기압을 높게 유지하는 차들이 2~3년 안에 부싱 소음이 먼저 터져 나와요.
퇴근 전에 리프트가 비면 저도 제 차부터 타이어 안쪽을 봅니다. 편마모가 보이냐 안 보이냐가 부싱 상태를 읽는 지표거든요. 편마모가 심하면 이미 부싱이 유격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상태로 또 고공기압을 유지하면, 6개월 뒤에 로어암 부싱 교체비가 앞으로 날아옵니다.
제가 최근에 한 가지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어요. 신차 출고 시점에 세팅된 공기압도 문제인 경우가 있습니다. 제조사 기본값 자체가 이미 높게 설정되어 있거든요. 요즘 차들은 연비를 조금 더 짜기 위해 의도적으로 0.1~0.2기압 높게 출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고객이 입고할 때 일단 리프트로 올려서 하체를 보고, 표준값으로 다시 조정해주는 루틴을 추가했습니다.
장마철에 타이어 공기압만 올려서는 안 됩니다. 같은 시기에 하체 상태를 한 번 확인받으세요. 부싱이 갈라졌거나 유격이 생겼다면, 공기압을 높이는 것보다는 부싱부터 교체하는 게 맞습니다. 부싱이 헐거워진 상태에서 공기압만 높이면 악순환이 거듭됩니다. 타이어 편마모로 시작해서 조인트 유격, 부싱 균열로 이어져요.
빗길 안전은 타이어 상태와 공기압 둘 다 중요한데, 공기압에만 의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차라리 표준 공기압을 유지하면서 타이어 트레드 깊이와 하체 부싱 상태를 점검받는 게 훨씬 낫습니다. 특히 중고차를 산 분들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하체 소모품이 얼마나 남았느냐가 나중에 감가에도 직결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