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야간 대타 끝나고 들어와서
바로 잠들지 못하고 모니터 켰다.
요즘 습관이 돼버린 게, 취침 전에 섹터 ETF 몇 개를 그냥 훑고 자는 건데
오늘은 IGV가 계속 눈에 걸린다.
IGV가 이렇게 무너진 구간이 과거에도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난 패턴이 있었다.
수익성 지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해당 섹터의 '비용 구조 변화'를 아직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를 때 이런 식으로 할인이 과도하게 붙는 경우가 많았다.
Adobe 얘기를 잠깐 하면,
최근 어닝이 컨센서스를 웃돌았음에도 주가 반응이 시원치 않은 건
내가 보기엔 마진율 방어 스토리가 신뢰를 잃어서가 아니라,
AI 관련 비용 집행이 어느 시점에서 EPS에 가시적으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가이던스가 아직 불명확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영업마진 44%대는 SaaS 섹터에서 결코 낮은 숫자가 아닌데,
그게 BPS 기준으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하는 걸 시장이 '비용 통제 실패'로 읽는지
아니면 '성장 투자 확장'으로 읽는지에 따라 멀티플이 달라지는 거다.
현재 시장 분위기로는 전자로 읽히고 있는 게 문제인데,
이게 뒤집히려면 결국 다음 실적에서 AI 매출 기여가 수치로 잡혀야 한다.
스토리만으로는 한계가 왔다.
---
Salesforce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보는 중이다.
GAAP 영업마진이 올라가고 있다는 건 비용 통제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인데,
주가는 연속으로 빠지고 있다는 게 재밌는 지점이다.
이 괴리가 생기는 이유를 나는 두 가지로 본다.
첫 번째는 섹터 전체에 붙은 할인 프레임 때문에 개별 종목 펀더멘털이 무력화되는 현상.
두 번째는 Agentforce라는 AI 제품의 실제 ARR 기여가 아직 직접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들이 선제적으로 헤지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
두 번째 가설이 맞다면,
IV 커브 쪽에서 선행 신호가 먼저 나와야 한다.
실제로 지금 CRM 옵션 쪽 분위기가 어떤지 내일 장 열리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볼 생각이다.
---
▶ 내가 지금 이 섹터에서 관찰하는 핵심 지표
- AI 관련 매출이 총 ARR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명시적으로 공시되는가
- 마케팅비 증가가 일회성 집행인지 구조적 확대인지 (가이던스에서 언급 여부)
- FCF 전환율이 감가상각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가
- 다음 분기 가이던스에서 AI 비용 항목이 별도로 구분되는가
이 네 가지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저가 매수 관점으로 섣불리 접근하기가 어렵다.
특히 세 번째 FCF 전환율 항목은
내가 어느 SaaS 종목을 보든 항상 제일 먼저 들어가는 체크포인트인데,
지금 IGV 구성 종목 중에서 이 지표가 온전한 곳이 몇 개나 되나 싶다.
---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보면,
지금 소프트웨어 섹터 전반이 역사적 평균 멀티플에 근접하거나 아래로 내려온 종목들이 나오고 있다.
그게 저평가인지 아닌지는
결국 AI 전환이 비용을 줄이는 방향인지 늘리는 방향인지가 먼저 정리되어야 판단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SaaS 기업이 AI를 '제품 판매 도구'로 쓰는 단계를 넘어
'AI로 인해 기존 고객의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하는지가
장기 멀티플 방어의 핵심이라고 본다.
그 전까지는 마진율이 아무리 좋아도 시장은 디스카운트를 쉽게 풀지 않을 것 같다.
---
이 글을 쓰면서 시각이 새벽 5시를 넘겼는데,
뭔가 결론을 내리고 싶어서 이것저것 뒤적거리다 보면 항상 이렇게 된다.
나는 지금 IGV 종목군에 직접 포지션을 들어가진 않은 상태고,
현금 비중도 여전히 기존 기준인 20~30% 대역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 경로 불확실성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FCF 가시성이 흐린 종목에 비중을 늘리는 건 아직 내 기준에서 맞지 않는다.
다음 어닝 사이클에서 AI 매출 공시가 구체화되면 그때 다시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