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장 마감 이후에 개인적으로 수급 테이블을 복기하면서 숫자가 주는 기시감에 대해 오랫동안 들여다보았습니다.
코스피가 장중 9380선을 넘나들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 코스닥은 이틀 연속 3% 넘게 밀리며 1000선 아래로 주저앉았습니다.
수치상으로 극단적인 양극화입니다.
지수 자체의 화려함에 가려져 있지만, 지금 시장 내부에서는 수급이 특정 대형 반도체주로만 극단적으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실적이 보장되는 안전지대로 돈이 몰리는 현상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 전체의 체감 온도가 이토록 싸늘한데 지수만 버티는 구조는, 경험상 유동성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증권사 재직 시절 기업금융 부서와 함께 유동성 위축기를 모니터링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던 징후가 바로 이와 같은 '자금의 단층 현상'이었습니다.
대기업 계열이나 최상위 신용 등급을 가진 자산으로만 온기가 제한되고,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있거나 규모가 작은 중소형 자산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입니다.
지금 코스닥 시장에서 나타나는 연쇄적인 차익 실현과 중소형주 이탈은 단순한 순환매의 부재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한계 유동성이 그만큼 메말라가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시중 은행들이 가계 자금을 묶어두기 위해 예금 금리를 다시 올리며 수신 확보 경쟁에 나서는 흐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증시 외곽의 가계 유동성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결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개인의 한계 자금은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금요일 코스피에서 개인이 1조 6천억 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질적으로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지치고 쏠린' 매수세에 가깝습니다.
상방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현재의 쏠림이 해소되고 낙수효과가 중소형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대형주의 추가 상승보다 전체 유동성의 총량 증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거시 환경과 시중 금리 흐름은 유동성의 총량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오히려 하방 리스크 관점에서, 대형주 중 하나라도 수급 균열이 발생할 경우 코스닥에서 시작된 신용 융자 반대매매나 차익 실현 압력이 시장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국면에서는 차트의 탄력성이나 낙폭 과대라는 단편적인 기준만으로 중소형주에 섣불리 진입하는 것은 리스크가 큽니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일수록 포트폴리오 내의 변동성 종목 비중을 엄격히 통제하고, 현금 비중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두는 방어적 스탠스가 유효합니다.
화려한 지수 이면에 숨겨진 수급의 단층선을 먼저 읽어내는 것이 지금 필요한 복기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