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빌라나 다세대 보러 갈 때 가격표보다 먼저 보는 게 있습니다.
나중에 빠져나갈 수 있느냐는 거죠.
예전엔 전세가율 높고 매매가 싸 보이면 그게 장점처럼 읽혔는데, 지금은 반대로 보입니다.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더 막히는 자산은 생각보다 피곤합니다.
특히 서울에서 오래 살다 보면 감이 옵니다.
주차 한 칸이 부족한 집은 그냥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생활 전체를 건드립니다.
손님차 잠깐 세우는 문제, 택배 받는 문제, 퇴근 시간에 골목이 막히는 문제, 이게 하나씩은 별거 아닌데 쌓이면 매매 호가보다 훨씬 오래 남습니다.
빌라는 그 불편이 구조적으로 누적되기 쉽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고, 지상주차가 꼬이고, 골목 폭이 좁고, 쓰레기 배출 동선도 복잡한 곳이 많습니다.
살아보면 이게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닙니다.
임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를 끼고 들어간 집은 입주자는 대충 버틸 수 있어도, 나중에 보증금 돌려줘야 하는 쪽은 훨씬 민감해집니다.
특히 다세대나 저층 주거지는 매수 수요가 얇아서, 한 번 분위기 꺾이면 현금 회수 속도가 아파트보다 훨씬 느립니다.
경매 쪽을 보면 이 차이가 더 노골적입니다.
낙찰가율이 흔들리는 구간에서는 아파트는 그래도 참여자가 남는데, 빌라는 급격히 얇아집니다.
그건 단순히 선호가 아니라 담보와 회수의 문제입니다.
보증금이든 대출이든, 결국 출구가 막힌 자산은 가격이 아니라 유동성에서 먼저 손해를 봅니다.
저는 그래서 요즘 빌라를 볼 때 '싸다'는 말을 잘 안 믿습니다.
정확히는 싸게 사는 게 아니라, 싸게 보이도록 리스크가 분산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리비, 공실, 주차, 환금성, 임차인 선호도, 자금 증빙 과정까지 합치면 생각보다 값이 안 싸집니다.
금리가 높을 때는 더 그렇습니다.
대출이 조금만 막혀도 다세대나 빌라는 매수층이 바로 줄어듭니다.
현금 여유가 있는 사람만 남고, 나머지는 아예 검토 단계에서 빠집니다.
제가 보기엔 이건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심사의 문제입니다.
예전처럼 '일단 잡고 보자'는 식이 잘 안 통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저는 빌라를 볼 때 평면보다 주차, 학군보다 출구, 인테리어보다 관리 상태를 먼저 볼 생각입니다.
멋진 조경보다 실제로 차가 어디서 돌고, 손님이 어디에 세우고, 이사 차량이 들어오는지가 더 중요하더군요.
집은 사는 곳이 맞는데, 자산이기도 해서요.
사는 순간보다 나오는 순간이 더 어려운 집은,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 보여도 조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