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스(Ἄρης, Ares)는 전쟁·살육·폭력·광기를 관장하는 신으로, 그리스인이 가장 싫어한 올림포스 신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로마 신화의 마르스(Mars)와 동일하지만 위상은 정반대 — 로마에서는 유피테르 다음의 최고 신이었고, 4번째 행성 화성(Mars)·3월(March)이 그의 이름입니다.
1. 정체성 — 전쟁의 광기·살육 자체
아레스는 아테나가 대표하는 지략·정의의 전쟁과 달리, 살육·광기·피·잔혹함 자체를 의인화한 신으로 그리스인의 양가적 감정 — 전쟁의 필요성과 혐오 — 을 반영합니다.
호메로스 일리아스에서 제우스조차 그를 "올림포스에서 가장 싫은 자식"이라 부르고, 트로이 전쟁에서 디오메데스가 인간임에도 그를 창으로 찔러 부상시키는 등 위엄이 떨어지는 묘사가 많습니다.
2. 출생·계보 — 제우스·헤라의 적자, 아프로디테의 연인
제우스와 헤라의 적자로 올림포스 12신 중 정통 혈통이지만, 부모조차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전승이 있을 정도로 외면받은 신입니다.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의 아내 아프로디테와 불륜 관계로 유명하며, 그 사이에서 에로스(쿠피드)·하르모니아·데이모스(공포)·포보스(공황)을 낳았고, 그 외 인간 여성에게서 여러 자식을 두었습니다.
3. 주요 신화 — 헤파이스토스의 그물·디오메데스 부상
아내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불륜을 안 헤파이스토스가 보이지 않는 청동 그물을 침대 위에 쳐 둘을 알몸으로 묶고 올림포스 신들을 모두 불러 구경시킨 신화는 아레스의 망신살의 정점입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트로이 편에 섰지만, 그리스 영웅 디오메데스가 아테나의 도움으로 창을 던져 그의 옆구리를 찔러 부상시켰고, 아레스는 청동 1만 명의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올림포스로 도망쳤습니다.
4. 상징·도상 — 투구·창·방패·전차
근육질의 호전적 청년 또는 전사로 그려지며 투구·창·방패·검을 들고 종종 광기 어린 표정으로 묘사됩니다. 신성한 동물 멧돼지·뱀·독수리·개가 그의 상징입니다.
그리스 본토에서는 신전이 적었지만 스파르타·테베에서 비교적 활발히 숭배되었으며, 그리스 본토 종교에서 그가 외면받은 것은 그리스인이 전쟁을 좋아하면서도 광기 자체를 미워한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5. 후대 영향 — 마르스·화성·3월
로마에서 마르스(Mars)로 흡수되며 위상이 완전히 바뀌어 로물루스의 아버지·로마 건국 신·유피테르 다음의 최고 신이 되었으며, 로마 군사주의를 신학적으로 뒷받침한 핵심 신입니다.
4번째 행성 화성(Mars)·3월(March, 농경 시작·전쟁 시즌 시작 달)·마르스의 들판(Campus Martius, 로마 군 훈련장)이 그의 이름을 잇고, 후대 군사·전쟁의 상징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신입니다.
★ 신의 이야기
아레스의 가장 큰 망신살이 헤파이스토스의 청동 그물 사건입니다. 헤파이스토스가 아내 아프로디테와 잘생긴 전쟁 신 아레스의 불륜을 오랫동안 의심하다가 어느 날 모든 것을 보는 태양신 헬리오스로부터 결정적 증거를 들었습니다. 절름발이 대장장이 신은 분노 대신 침묵 속에 작업장에 틀어박혀 며칠을 일했고, 거미줄보다도 가늘면서 청동보다 단단해 어떤 신도 끊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그물을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그물을 침대 사방 기둥과 천장에 보이지 않게 설치한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잠시 가장 좋아하는 섬 렘노스에 다녀오겠다"고 거짓 작별을 고했습니다. 남편이 떠나자마자 아프로디테는 아레스를 불러들였고, 두 신이 침대에 눕는 순간 청동 그물이 사방에서 떨어져 둘을 알몸 그대로 그 자세로 꼼짝없이 묶어버렸습니다.
이때 등 뒤로 돌아온 헤파이스토스는 문 앞에 서서 올림포스의 모든 남신을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오라, 오라 신들이여, 와서 이 우스운 광경을 보라!" 제우스·포세이돈·아폴론·헤르메스가 달려와 두 신이 그물에 묶인 알몸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고,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너라면 이런 그물에 묶여서라도 황금의 아프로디테와 자보고 싶지 않겠니?" 묻자 헤르메스가 "세 배의 그물에 묶여도 좋다"고 답해 신들의 웃음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포세이돈만이 끼어들어 아레스에게 보석금을 내겠다고 약속해 결국 두 신은 풀려났지만,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아프로디테는 키프로스로 부끄러움에 도망쳤습니다. 가장 위엄 있어야 할 전쟁의 신이 가장 우스꽝스러운 신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레스는 그리스에서 외면받았으나 로마에서 격상되어, 같은 신이 문명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지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