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Ἀπόλλων, Apollo)은 태양·빛·음악·시·예언·치유·궁술·역병을 관장하는 다재다능한 신으로, 그리스 신들 중 가장 그리스적인 신으로 평가됩니다.
로마 신화에서도 이름이 바뀌지 않고 아폴로(Apollo)로 그대로 흡수된 유일한 12신이며, 1969년 인류 달 착륙 미션 이름이 그의 것입니다.
1. 정체성 — 빛·음악·예언·치유
아폴론은 태양·빛(이마에 후광)·음악(리라)·시·예언(델포이 신탁)·치유(의학)·궁술(은 활)을 동시에 관장하는 만능형 신이며, "모든 것에서 절제"를 가르치는 중용의 신이기도 합니다.
신성한 동물 백조·돌고래·까마귀·이리, 신성한 식물 월계수·올리브가 그의 상징이며, 무기 은 활은 페스트(역병)의 화살로도 그려져 치유와 질병이라는 양면을 가진 신입니다.
2. 출생·계보 — 델로스 섬에서 쌍둥이로
제우스와 티탄 여신 레토 사이의 아들로, 헤라의 박해를 피해 어머니 레토가 모든 땅에서 거부당하다가 떠다니던 델로스 섬에서 9일 진통 끝에 쌍둥이 누이 아르테미스와 함께 태어났습니다.
아르테미스가 먼저 태어나 어머니의 산파 역할을 했고, 곧이어 아폴론이 태어났다는 출산 순서 차이로 아르테미스가 출산의 여신이 되었습니다. 자식 중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음악가 오르페우스가 유명합니다.
3. 주요 신화 — 피톤 퇴치·다프네·델포이 신탁
4살 때 어머니를 괴롭힌 거대한 뱀 피톤을 활로 퇴치하고 그 자리에 델포이 신탁소를 세웠으며, 무녀 피티아가 황홀경 속에서 그의 신탁을 전달해 1천 년 동안 그리스 세계 최대 신탁소가 되었습니다.
님프 다프네를 사랑했지만 다프네가 거부하며 월계수로 변신했고, 이후 월계수가 그의 신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음악 대결에서 진 마르시아스의 가죽을 벗긴 잔혹한 일화, 트로이 전쟁에서 트로이 편에 선 신화도 유명합니다.
4. 상징·도상 — 리라·월계관·은 활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으로 월계관을 쓰고 리라를 들거나 은 활과 화살을 든 모습으로 그려지며, 후광이 머리 주위에 빛나는 태양신 도상입니다.
4세기경 헬레니즘 아폴론 벨베데레 상이 르네상스 이후 가장 모방된 남성 미의 정점이며, 페이디아스의 올림피아 아폴론·바티칸 미술관 소장 벨베데레 토르소가 대표 조각상입니다.
5. 후대 영향 — 아폴로 미션·태양·예술
로마에서도 아폴로로 이름을 유지한 유일한 신이며, 1961~1972년 NASA 유인 달 탐사 미션 이름이 아폴로 11호로 인류 첫 달 착륙을 이루었습니다.
음악·시·의학·태양·청년의 미 등 광범한 영역의 수호신으로 르네상스 이후 회화·조각·시·오페라의 단골 주제이며, 니체의 "아폴론적 vs 디오니소스적" 미학 이분법으로 철학 개념까지 되었습니다.
★ 신의 이야기
아폴론의 첫사랑이자 가장 비극적인 사랑이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 님프 다프네(Δάφνη) 이야기입니다. 발단은 아폴론 자신의 오만이었습니다. 어느 날 활을 들고 노는 어린 에로스를 보고 "활은 어른들의 무기다, 너 같은 꼬마는 횃불이나 들어라" 하고 조롱했고, 모욕당한 에로스가 두 개의 화살을 준비했습니다. 황금 화살은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 납 화살은 사랑을 거부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에로스는 아폴론에게 황금 화살을 쏘고 다프네에게 납 화살을 쏘았습니다. 그 순간 다프네를 본 아폴론은 즉시 미친 듯이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다프네는 본능적으로 아폴론에게 극도의 거부감을 느껴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아폴론은 "나는 너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제우스의 아들이고 의술의 신이고 음악의 신이다"라 외치며 쫓아갔고, 다프네는 머리를 풀어헤친 채 숲을 가로질러 달렸습니다.
아폴론의 손이 다프네의 어깨에 닿으려는 순간, 다프네는 아버지 페네이오스에게 "이 모습을 바꿔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즉시 그녀의 발은 뿌리가 되어 땅에 박혔고, 다리는 줄기가 되고, 팔은 가지가 되었으며, 머리카락은 잎이 되어 월계수 나무로 변했습니다. 아폴론은 그녀의 줄기를 끌어안고 흐느꼈고, "내가 너를 아내로 삼지 못한다면 너는 영원히 내 나무가 될 것이다"라 맹세했습니다. 이후 월계관은 아폴론의 상징이 되어 시인·운동선수에게 영광의 관으로 수여되었고, 베르니니의 조각 아폴론과 다프네(1625, 보르게세 미술관)는 다프네가 막 변신하는 순간을 대리석에 새겨 바로크 조각의 정점이 되었습니다.
아폴론은 그리스인이 가장 사랑한 신이자, 빛·이성·예술의 영원한 원형이며 인류가 달까지 가지고 간 이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