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신화는 리투아니아·라트비아·고대 프로이센 등 발트해 동남부 발트족의 토착 신앙으로, 1387년 리투아니아의 기독교화까지 유럽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다신교였습니다.
천둥신 페르쿠나스·태양 여신 사울레·달의 신 메네스 등이 중심이며, 슬라브 신화와 가까우면서도 인도이란 계와 친근한 인도유럽 가장 원시적 형태로 평가됩니다.
1. 페르쿠나스 — 발트의 토르·페룬
페르쿠나스(Perkūnas, 라트비아어 페르콘스)는 천둥·번개·정의의 주신으로 슬라브 페룬·북유럽 토르와 같은 인도유럽 천둥신 계보이며, 떡갈나무가 그의 신성한 나무입니다.
리투아니아인은 페르쿠나스가 떡갈나무에 번개를 떨어뜨려 악마를 쫓는다고 믿어 신성한 떡갈나무 숲을 두었고, 14세기 기독교화 후에도 16~17세기까지 페르쿠나스 숭배가 농촌에 남아 있었다는 문헌 기록이 있습니다.
2. 사울레와 메네스 — 태양과 달의 결혼·이별
발트 신화에서 태양 사울레(Saulė)는 여신, 달 메네스(Mēness)는 남신이며 둘이 부부였으나 메네스가 새벽별(아우슈리네)과 바람을 피워 사울레가 칼로 메네스의 얼굴을 갈라 그 흉터가 달의 모양이라는 신화가 있습니다.
사울레의 딸들(태양의 딸)이 별이 되어 그 비극을 슬퍼하며, 매일 사울레가 하늘을 건너는 모습이 일·월·태양 신화의 가장 시적이고 가족적인 형태로 평가됩니다. 라트비아 민요 다이나(Daina)에 수많은 시가 남아 있습니다.
3. 디에바스 — 멀리 있는 하늘 신
디에바스(Dievas, 라트비아 디에프스)는 하늘·운명의 최고신으로 어머니 대지 제미나(Žemyna)와 부부이지만, 일상 숭배는 페르쿠나스가 더 활발해 디에바스는 추상적이고 멀리 있는 신이었습니다.
디에바스는 인도 데바·라틴 데우스·그리스 제우스와 같은 인도유럽 어원(*deiwos = 빛나는 자, 하늘)을 공유해, 어휘적으로 가장 원형에 가까운 인도유럽 신명을 보존한 사례입니다.
4. 라이마 — 운명·출산의 여신
라이마(Laima)는 운명·행복·출산의 여신으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그의 평생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어졌으며, 그리스 모이라이·북유럽 노른과 같은 운명 여신 계보입니다.
결혼식·출산 의식의 핵심 신이었고, 데클라(Dēkla)·카르타(Kārta)와 함께 3자매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라이마는 오늘날 라트비아 여성 이름으로도 쓰일 만큼 친숙한 신이며, 신화의 잔존이 강합니다.
5. 기독교화 후 — 로무바와 신이교주의 부활
1387년 리투아니아 대공 요가일라의 기독교 개종 이후 발트 신앙은 공식적으로 사라졌으나 농촌에서 17~19세기까지 잔존했고, 20세기 들어 신이교주의(Neo-paganism) 운동으로 부활했습니다.
리투아니아의 로무바(Romuva)와 라트비아의 디에브투리바(Dievturība)가 발트 신앙을 현대 종교로 복원해 오늘날 수만 명이 따르며, 정부도 전통 종교로 공식 인정해 유럽 신이교 운동의 가장 성공적 사례로 꼽힙니다.
발트 신화는 유럽에서 가장 늦게까지 살아남은 다신교이자, 오늘날 다시 살아나고 있는 신이교 운동의 중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