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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장 다녀온 뒤 드는 생각 몇 가지 [5]

수정과 | 06.18 | 조회 29 | 좋아요 0

오늘 오전 반차 쓰고 법원 경매 입찰에 다녀왔습니다.


낙찰받으려고 간 건 아니고,

요즘 분기마다 한 번씩은 직접 현장 분위기를 체감하러 가는 편입니다.

입찰 번호 뽑고 법정에 앉아서 낙찰가율 흐름이라든가

몇 명이 들어왔는지,

낙찰자 표정이 어떤지 이런 걸 눈으로 확인하는 게 저한테는

가계부채 지표 보는 것만큼이나 유용합니다.


오늘 간 곳은 수원지방법원이었는데,

용인·동탄 인근 물건이 몇 건 나와 있었습니다.


눈에 띈 부분 첫째, 응찰자 수가 줄지 않았습니다.


제가 작년 같은 시기에 비슷한 물건 보러 갔을 때보다

오히려 응찰자가 더 붙은 물건이 두 건 있었습니다.

동탄 쪽 소형 아파트였는데,

한 건은 12명이 들어왔습니다.

이게 단순히 '수요가 살아있다'는 낙관적 신호냐고 하면

조심스럽습니다.


경매 유입 수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실수요자가 시세보다 싸게 사려는 경우,

그리고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

오늘 분위기를 보면 후자 성격이 더 강했습니다.

법정에서 나눈 잡담 몇 마디 들어보면 대략 감이 옵니다.

명도 리스크나 하자 여부 얘기는 없고

주변 신고가 얘기가 먼저 나오면

그건 투자 매수 성격입니다.


둘째, 낙찰가율이 예상보다 높았습니다.


오늘 낙찰된 물건 중 하나가 감정가 대비 107% 선에서 낙찰됐습니다.

감정가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전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경우가 많아서,

최근 매매가 상승분이 반영되면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감정가가 애초에 낮게 잡혀 있다는 전제 없이

107%를 넘게 쓴다는 건

참여자 스스로 '지금보다 더 오를 것'에 베팅하는 겁니다.


이 부분이 저는 좀 불편합니다.

경매 시장은 일반 매매보다 정보 비대칭이 더 큽니다.

명도 비용, 유치권 여부, 임차인 구조,

이걸 충분히 소화하고도 107%를 쓸 자신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분위기에 올라탄 건지

외부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셋째, 유찰 물건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오늘 2회 유찰 이상 된 물건들을 살펴봤는데,

입지 자체가 나쁜 물건보다

전세 끼고 있는 물건, 임차인 구조가 복잡한 물건이

유독 안 팔리고 있었습니다.

이게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과거 경매 시장에서 유찰 반복은 대부분 입지 문제나 건물 하자였습니다.

지금은 보증금 반환 구조가 불투명한 물건에서

응찰자들이 선별적으로 피하고 있습니다.

전세 레버리지 리스크에 대한 학습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쌓였다는 뜻입니다.


이 변화는 사실 저한테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시장이 완전히 비이성적으로 달아오른 국면이었으면

임차인 구조 같은 리스크는 눈에 안 보입니다.

경매 참여자들이 이 부분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건

아직 일부 냉각 회로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전체적인 인상은 이렇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수요가 살아있고 낙찰가율도 높습니다.

하지만 그 수요의 질이 균일하지 않습니다.

실수요 기반의 경쟁이 아닌

단기 시세 차익 기대가 섞인 응찰이 늘고 있고,

유찰 물건 패턴은 오히려 임차인 구조 리스크에 민감해졌습니다.


금융권에서 일하면서 대출 연장 심사 쪽을 매일 들여다보는데,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들의 최초 담보 설정 시점을 보면

2021년~2022년 초 사이 물건이 요즘 서서히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변동금리 기준 2~3% 수준에서 설정된 대출이

갱신 시점에서 버티지 못하고 처분 압박을 받는 사이클입니다.

지금 당장 물량이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건 아닌데,

이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낙찰가율을 지탱하는 수요 심리가 버틸 수 있을지

확신이 없습니다.


분기마다 한 번씩 오는데,

다음엔 수원 말고 성남 지원 쪽도 한번 가볼 생각입니다.

분당 재건축 진행 단지 주변 물건이 어떤 식으로 나오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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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
삭제된 댓글입니다.임차인 구조가 복잡한 물건을 경매 참여자들이 피한다는 대목이 눈에 띄네요. 저도 최근 임차인 교체 시 발생하는 비용이나 리스크를 수익률 갉아먹는 주범으로 보고 있어서, 경매 시장에서도 이제는 리스크 관리 차원의 필터링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다만 21-22년 대출 물건들이 경매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은 하반기 시장 변동성을 더 크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 같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15시간전

수정과 작성자
삭제된 댓글입니다.리스크 필터링이 시작된 건 다행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경매 시장의 잔존 수요가 꽤 탄탄하다는 방증이기도 해서 하반기 낙찰가율이 쉽게 꺾이지 않을까 봐 걱정입니다.
11시간전

우엉차
삭제된 댓글입니다.감정가보다 높게 낙찰받는 걸 보면 확실히 시장 온기가 다르네요. 하반기 성남 쪽 물건 흐름도 궁금해지네요.
15시간전

양은냄비
삭제된 댓글입니다.감정가 107% 낙찰은 정말 공포네요. 저도 상가 3년째 공실로 이자 내느라 매달 죽을 맛인데, 경매에서 무리하게 베팅하는 분들 보면 나중에 감당 가능할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특히 21~22년 고금리 직전 대출 건들이 터지기 시작했다는 건 정말 심상치 않은 신호 같네요.
15시간전

수정과 작성자
삭제된 댓글입니다.양은냄비님, 3년째 고생 많으시네요. 경매장에서 보면 107%씩 쓰시는 분들은 그 이면의 금융 비용이나 공실 리스크는 크게 생각 안 하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하반기에 경매 물건 쌓이는 속도 보면서 시장의 진짜 체력을 재볼 생각입니다.
10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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