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구독형 자동차 얘기 나오면
솔직히 편한 건 맞습니다.
그런데 정비 쪽에서 보면
차를 쓰는 주도권이 내 손에 없는 느낌이 꽤 큽니다.
월 납입료 안에 보험, 소모품, 정비가 들어가 있으니 겉으로는 깔끔한데
막상 타다 보면 "이걸 어디까지 내가 챙겨도 되나"가 애매해집니다.
제가 제일 먼저 보는 건 소모품 교체 기준입니다.
타이어, 브레이크패드, 와이퍼 같은 건 누가 봐도 교체 시점이 있는데
구독 상품은 업체마다 기준이 다 달라서
멀쩡한 걸 바꾸는 쪽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반대로 운 좋게 버티다 문제 생기면 책임 경계선만 따집니다.
특히 브레이크 오일이나 냉각수처럼 눈에 안 보이는 항목은
사용자 입장에선 더 헷갈립니다.
예전에 공임 들어오는 차들 보면
운행은 적은데 관리가 이상하게 꼬인 차가 은근 많았습니다.
차주가 안 굴렸으니 괜찮겠거니 했는데
실제로는 짧은 거리만 반복해서 타면서 배터리, 오일, 하체 부싱이 더 먼저 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독차도 똑같습니다.
주행거리 적다고 무조건 깨끗한 차가 아니고
도심 단거리 위주면 오히려 엔진오일 열화나 하체 고무류가 애매하게 먼저 옵니다.
그리고 구독형은 사고나 경고등이 떴을 때 더 답답할 수 있습니다.
내 차면 바로 단골 정비소 보내고 확인하면 되는데
구독차는 계약 조건, 지정 센터, 반납 기준까지 같이 봐야 하니까
차가 서는 순간부터 이미 스트레스가 시작됩니다.
특히 전기차나 하이브리드는 충전 문제, 배터리 상태, OBC 같은 게 끼면
단순한 오일교환처럼 빨리 끝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보면 진단기 한 번 물려도 끝이 아니고
실충전 테스트나 실제 증상 재현이 따라가야 해서
구독 서비스의 "정비 포함"이 생각보다 만능이 아닙니다.
내 기준에선 구독형이 잘 맞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차를 오래 붙잡고 관리할 생각이 없고
연간 주행도 들쭉날쭉하고
중고차 감가나 매각 스트레스 싫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차를 조금이라도 아끼고 오래 탈 생각이면
오히려 자기 명의로 사서 정비 이력 쌓는 쪽이 낫습니다.
나중에 팔 때도 내역서 있는 차가 훨씬 낫습니다.
정비 기록 없는 차는 겉보기 멀쩡해도 가격 방어가 잘 안 됩니다.
결국 구독형 자동차는 차값을 나눠 내는 서비스라기보다
관리 권한을 같이 넘기는 상품에 가깝습니다.
그걸 편하다고 볼 수도 있고
답답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정비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차는 아직도 내 손에 있어야 마음이 놓입니다.
적어도 리프트 올려서 하체 보고
카울 배수구 한 번 청소하고
공기압도 내 기준으로 맞춰 놓을 수 있어야
차가 내 차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