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담 창구 분위기가 조금 묘합니다. 정부가 실거주 정책을 강화하고 세제 개편을 내놨는데, 시장 반응이 "일괄적"이지 않거든요. 오히려 가격대에 따라 갈리고, 그 틈에서 전세 문제가 더 뾰족해지는 양상이 보입니다.
지난 3개월간 창구에서 만난 패턴을 정리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전세금을 채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강남 20평대 중고 아파트는 여전히 현금 풍족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어서 낙폭이 크지 않은데, 강북이나 외곽 25~35평 구간은 대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LTV 기준이 까다로워진 순간 매수 심리가 확 꺾입니다. 결국 그 구간에서 매도자들이 감당해야 할 차익 압박이 심해지고, 일부는 전세로 용돈을 버티려는 선택지를 찾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꼬입니다. 전세금 상승률이 매매가 하락을 앞질러 가고 있다는 겁니다. 공실이 많은 지역도 아닌데도 월세가 200만 원을 넘어가고, 매물이 잔뜩 나온 지금도 전세금은 웬만해선 내려주지 않으려는 태세입니다. 이건 단순히 "임차인 우위 시장"이 아니라, 보유세 인상을 피하려는 임대인들의 조직적 움직임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세금을 현금으로 내야 하니까 월세는 손도 못 대고 있고, 그러면서 보증금을 자꾸 끌어올리려 합니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상담 객들 중에 "보증금은 인상하되 월세는 현상 유지" 조건으로 재계약하는 분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가처분 소득이 딱히 늘지 않았는데 보증금 부담만 커지는 거라 다음 계약 때 월세 전환을 고민하거나, 더 작은 평수로 내려가려 합니다. 그걸 실행하려니 또 전세 물량이 부족해서 선택지가 좁혀집니다.
여기에 LH 같은 공공임대 전환이율 조정까지 얹어지면서, 보증금-월세 간의 유연한 조정이 점점 어려워지는 중입니다. 종전엔 "보증금을 300만 원 올려줄 테니 월세를 5만 원 깎아 달라" 같은 거래가 자연스러웠는데, 이제는 그 산식 자체가 맞지 않아서 협상이 길어집니다. 결국 임차인이 보증금 상승분을 감내하거나 월세로 갚는 수밖에 없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조금 우려스러운 건, 지금 이 상황이 "매매 약세 국면에서 전세금이 따라가는 정상적인 조정"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매매가는 밀리는데 전세금은 떠받치려는 비정상적인 괴리가 커지고 있거든요. 이게 계속되면 결국 "보증금 마련 → 대출 심사 탈락 → 월세 전환 또는 하향 이동"의 악순환이 가속화됩니다. 그 과정에서 갭투자나 전셋값 낙차를 노리던 사람들은 손실을 보게 되고, 단순히 살 곳을 찾는 세입자들은 주거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지금은 통상적인 금리 사이클이나 규제 사이클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국면입니다. 세제 개편이라는 변수가 매매시장을 갈아놓으면서 동시에 임대차 수급을 뒤틀고, 그 과정에서 LTV 기준이 가격대별 선별을 가속화하는 형국입니다. 결국 현금력이 없으면 거기서 거기고, 대출 의존도가 높은 구간일수록 정산이 빨리 진행되는 모양새가 됩니다. 전세 물량이 증발하는 와중에도 전세금은 떠받치려니 초유의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