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브 신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폴란드·체코·세르비아 등 동·서·남 슬라브족의 토착 신앙으로, 988년 키예프 루스의 기독교 개종 이전까지 동슬라브 전역에 퍼져 있었습니다.
하늘·번개의 페룬과 지하·가축·마법의 벨레스의 대립이 우주적 골격이며, 마녀 바바 야가 등 민담 캐릭터로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습니다.
1. 페룬 — 슬라브의 토르
페룬(Perun)은 천둥·번개·전쟁·정의의 신으로 슬라브 만신전의 정점에 있으며, 980년 키예프 대공 블라디미르가 키예프 언덕에 세운 6신 동상의 중심에 놓였습니다.
도끼·황소·떡갈나무가 그의 상징이고, 토르·인드라·제우스와 같은 인도유럽어족 천둥신 계보에 속합니다. 988년 블라디미르가 기독교로 개종하며 페룬 신상을 드네프르 강에 던지게 한 사건이 슬라브 다신교의 공식적 종말이었습니다.
2. 벨레스 — 지하·가축·마법의 신
벨레스(Veles)는 지하세계·가축·재물·시·마법을 관장하는 신으로 페룬의 영원한 적대자이며, 둘의 대결이 매년 봄 천둥 = 페룬이 뱀 모습의 벨레스를 쫓는 형태로 신화화됩니다.
벨레스는 동물 가축의 수호신이기도 해 농민들이 깊이 숭배했고, 기독교화 후에는 성 블라시오(가축 수호 성인)에 흡수되었다는 학설이 있어 토착 신앙의 끈질긴 잔존을 보여줍니다.
3. 다른 신들 — 모코슈·스바로그·다즈보그
모코슈(Mokosh)는 여신으로 어머니 대지·운명·실잣기를 관장하며 슬라브 만신전에서 유일한 여신이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후대 정교회의 성모 마리아 신앙으로 흡수된 것으로 봅니다.
스바로그(Svarog)는 하늘·대장간의 아버지 신, 그 아들 다즈보그(Dažbog)는 태양·풍요의 신이며, 호르스(Hors)는 또 다른 태양신입니다. 페룬·벨레스가 신화의 두 축이라면, 이들은 가족·자연 신들입니다.
4. 정령과 민간신앙 — 도모보이·루살카·레시
도모보이(Domovoi)는 집의 정령으로 화로 뒤에 사는 노인 모습이고, 루살카(Rusalka)는 강에서 빠져 죽은 처녀의 영혼이 변한 물의 정령, 레시(Leshy)는 숲의 주인 정령입니다.
이런 자연 정령 신앙은 기독교화 후에도 농촌에서 19세기까지 강하게 살아남았고, 차이콥스키 발레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 백조 처녀, 푸시킨·고골 문학에 빈번히 등장해 슬라브 정체성을 형성했습니다.
5. 바바 야가 — 마녀 캐릭터의 원형
바바 야가(Baba Yaga)는 닭다리 위에 세워진 오두막에 살며 절구통을 타고 다니는 마녀 노파로, 어린이 잡아먹는 무서운 캐릭터이자 영웅을 시험해 도와주는 양면적 인물입니다.
슬라브 민담의 가장 유명한 캐릭터로 디즈니·반지의 제왕·해리포터 등 서양 판타지에 직간접 영향을 미쳤으며, 영화 존 윅(주인공 별명이 바바 야가)에까지 현대 대중문화에 살아 숨쉽니다.
슬라브 신화는 페룬·벨레스 신은 사라졌어도 바바 야가·루살카는 민담·문학·영화로 살아남은, 정령들의 신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