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9천 포인트를 눈앞에 두면서 시장 분위기가 확실히 과열권으로 진입한 느낌입니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지금처럼 지수는 위를 보는데 뒤에서는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는 신호가 들릴 때가 가장 조심스럽습니다.
최근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까지 동원해 신용대출을 옥죄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대출 규제 소식은 시장의 레버리지 룸이 사실상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로 읽습니다.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건 개인들의 투기적 매수세인데, 지금처럼 빚투 열기가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만 차단되면 오히려 작은 충격에도 반대매매가 쏟아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가 됩니다.
금융권의 대손충당금 흐름을 보면 더 불안합니다. 최근 자산 증가 속도에 비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유의미하게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금융기관들이 부실 가능성을 아직 충분히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시장이 9천을 넘어서 1만까지 간다는 낙관론이 팽배할 때가 오히려 리스크 필터를 켜야 할 때입니다.
가끔 오후 1시쯤 한강 공원을 산책하면서 이런 생각들을 정리합니다. 시장의 수급은 결국 현금 흐름의 파생물인데, 지금 시점은 현금의 유동성보다는 금융 시스템의 방어 기제가 먼저 작동하기 시작한 구간으로 보입니다. 지수는 더 오를 수 있겠지만, 그 안에서 수익을 지키는 난이도는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개인적인 대응 전략으로 저는 이미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종목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15% 정도 확보해 둔 상태입니다. 지수가 꺾이지 않더라도 하반기 조달 비용 변화가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에 주도 섹터의 논리가 깨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무리하게 최고점에서 수익률을 더 챙기려 하기보다는, 대출 규제 이후 시장의 반응이 확실해질 때까지 한 발 물러서서 관찰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