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코스닥 800선이 깨지면서 투심이 극도로 위축됐었는데
오늘 기관 매수세 유입되면서 다시 800선을 회복하는 반등이 나오네요.
코스닥이 하루 만에 3%대 반등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최근 시장의 변동성 체급 자체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걸 체감합니다.
저는 이번 반등을 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여론이나 시장 일각에서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의 도미노 하락을 부추기는 주범이라는 목소리가 아주 높더군요.
실제로 작년부터 해외 시장을 거쳐 국내까지 도입된 대형주 단일 2배 레버리지 상품들은
변동성 장세에서 수급을 비정상적으로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에 있을 때 파생상품 연계 수급을 시뮬레이션해 보면
단일 종목 레버리지 자산 규모가 임계점을 넘어설 때
기초자산의 미세한 균열에도 헤지 목적의 기계적 매도 물량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현상이 반복되곤 했습니다.
지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초대형주에 묶여 있는 레버리지 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지수 하락기에 발생하는 하방 압력은 과거의 일반적인 투매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단순히 '개인들이 레버리지를 많이 사서 하락했다'는 단편적인 시각보다는
이들 상품이 유발하는 지수 연계 파생상품의 기계적 수급 피로도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초자산 주가가 특정 구간(마진콜이나 로스컷 유발 가격대)에 진입하면
운용사들은 유동성 공급과 헤지를 위해 원천 주식을 기계적으로 던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것이 시장이 밀릴 때 언더슈팅을 과도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오늘 코스닥이 기관 수급으로 강하게 올라오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수급 피로 원인인 대형주 단일 레버리지 쏠림과 그에 따른 파생적 매도 고리가 끊어진 것은 아닙니다.
일시적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인지
아니면 수급 왜곡 현상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인지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들의 일일 거래대금 회전율이 안정화되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합니다.
향후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방향성을 복기해 보면
첫째, 상방 시나리오 (수급 안정화 및 안착)
대형주 레버리지 상품으로의 신규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되면서
기관과 외인의 현물 수급이 IT 소부장 섹터 전반으로 고르게 분산되는 흐름입니다.
이 경우 오늘 보여준 코스닥 반등이 신뢰도를 얻으며 소부장 중심의 실적 장세가 재개될 수 있습니다.
둘째, 하방 시나리오 (기계적 매도 재발 및 재이탈)
미국 기술주 변동성 확대 등으로 국내 대형주 주가가 다시 직전 저점을 위협할 경우
레버리지 상품의 헤지 물량이 재차 출현하며 코스닥 800선을 다시 하회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수급 피로도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반등은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예측의 영역을 떠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자면
여전히 저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을 확실하게 쥐고 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시장의 변동성 체급이 커진 만큼
호가창 체결 속도가 조금만 지연되거나 대형주 수급이 꼬여도
계좌가 받는 충격은 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같은 급반등 날 흥분해서 비중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엑셀로 정리해 둔 제 개인 계좌의 자산별 비중 카테고리를 다시 점검하며 차분하게 시장을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