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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9000 시대, 반도체 쏠림이 주는 불편한 신호들

마루 | 06.20 | 조회 8 | 좋아요 0

지수 9300이라는 숫자가 어제 장중 한때 찍혔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시장이 뜨겁다는 건 지표로도 체감되지만, 사실 어제 장 마감 직후에 제 종이노트 옆에 적어둔 건 숫자가 아니라 수급의 '편향성'이었습니다.


어제 코스닥이 3% 넘게 밀리며 지수와 종목 간 괴리가 극단으로 벌어진 건 의미가 큽니다. 반도체 대형주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나머지 종목들은 자금이 빠져나가는 '지수 착시'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슈퍼사이클을 이야기하지만, 체감 온도는 확실히 춥습니다.


개인적으로 증권사 시절 기업금융(IB) 업무를 하며 사채 발행 조건이나 EOD 구조를 파헤치던 때를 떠올려 보면, 특정 섹터로 자금이 쏠려 유동성이 고갈될 때 기업들이 겪는 자금 경색은 늘 예고 없이 왔습니다. 지금의 쏠림이 단순히 실적 기대감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종목의 자금을 빼서 반도체에 붓는 '돌려막기'식 구조인지는 조금 더 차분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이나 보험사 퇴직연금 시스템에서 ETF 체결 시차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셨던 분들도 많을 겁니다. 신탁 방식의 구조적 한계인데, 이런 시스템적 지연이 결국 유동성이 급변할 때 대응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변동성이 클 때는 이런 보이지 않는 비용이 리스크로 돌변하곤 하죠.


저는 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할 때 오히려 대출 규제와 연체율 안내 문구를 더 꼼꼼히 챙겨 봅니다.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대출금리 변화가 개인 투자자의 유동성을 얼마나 빨리 위축시키는지 확인하는 게 제 루틴입니다. 지금처럼 반도체만 오르고 나머지가 다 빠지는 장세에서는, 차트를 보기보다 내 포트폴리오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점심은 한강변 대신 조금 더 차분한 곳에서 생각을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지수가 9000을 넘었다고 환호하기보다는, 수급의 불균형 속에서 내가 버틸 수 있는 '현금 비중'이 적절한지 다시 한번 적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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