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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둔 — 정의의 영웅 왕 (페르시아)

부엉이 | 05.29 | 조회 13 | 좋아요 0

페리둔은 페르시아 신화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 왕 가운데 한 명으로, 악마적 폭군 자흐하크(아즈다하크)를 무찌르고 세상을 해방시킨 구원자입니다. 그는 신성한 혈통을 지닌 인물로서 빛과 정의, 신의 은총을 상징하며, 페르시아 서사시 전통의 핵심 축을 이루는 신화적 영웅입니다.

페리둔의 이야기는 고대 페르시아 신화 전통에서 구전되다가 10세기 시인 피르다우시의 대서사시 '샤나메(왕들의 책)'에 집대성되었습니다. 그의 치세는 페르시아 문화권에서 이상적인 황금시대로 기억되며, 그의 이름은 오늘날에도 이란·중앙아시아에서 정의와 선정(善政)의 대명사로 쓰입니다.


1. 정체성 — 빛과 정의의 신화적 왕

페리둔은 페르시아 신화에서 '파리둔' 또는 '프레툰'이라고도 불리며, 아베스타 경전에서는 '트라에타오나(Thraētaona)'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신성한 왕권의 상징인 '파르(Farr, 왕의 후광)'를 타고난 인물로, 세상에 빛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태어난 운명적 존재입니다.

페르시아 신화 체계에서 페리둔은 선신 아후라 마즈다의 편에 서서 악의 세력과 싸우는 영웅의 전형입니다. 그는 무력만이 아니라 지혜와 신의 가호로 악을 제압하며, 왕으로서 공정한 통치로 세상을 이끌어 정의의 화신으로 숭앙받습니다.


2. 출생·계보 — 아브틴의 아들, 신성한 혈통

페리둔의 아버지는 아브틴(Abtin)으로, 그는 '파리둔 가문(Ābīna)'의 후손이자 신성한 혈통을 이은 인물입니다. 자흐하크의 공포 통치 시절 아브틴은 추적을 피해 숨어 살다 결국 사로잡혀 희생되었고, 어머니 파라나크(Faranak)는 어린 페리둔을 데리고 도망쳐 알부르즈 산속에서 그를 키웠습니다.

페르시아 신화 전승에 따르면 페리둔은 태어날 때부터 자흐하크의 점성술사들이 '이 아이가 폭군을 무너뜨릴 것'이라 예언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자흐하크는 그를 죽이려 했고, 어머니는 아이를 신성한 암소 '브루마야(Purmāyah)'의 젖으로 키우며 산속 깊이 숨겨 보호했습니다.


3. 자흐하크 정벌 — 어깨의 뱀을 가진 폭군을 꺾다

자흐하크는 페르시아 신화에서 악마 아흐리만의 꾐에 빠져 자신의 어깨 양쪽에서 뱀이 자라나게 된 폭군입니다. 그 뱀들은 매일 두 청년의 뇌수를 먹어야 했고, 이 때문에 페르시아 전역은 공포와 슬픔에 잠겼습니다. 자흐하크의 천 년 통치 동안 세상은 어둠과 불의로 뒤덮였습니다.

장성한 페리둔은 카와(Kāveh)라는 대장장이가 이끄는 민중 봉기에 합류하여 왕좌에 오를 정통성을 갖추게 됩니다. 페르시아 신화에서 카와의 앞치마가 의로운 깃발 '드라프시 카위아니(Drafsh Kāviyāni)'가 되는 장면은, 페리둔의 거사가 단순한 영웅 개인의 전쟁이 아니라 민중과 함께한 정의 전쟁임을 상징합니다.


4. 왕권과 세 아들 — 세계 분할과 비극의 씨앗

자흐하크를 물리치고 왕이 된 페리둔은 페르시아 신화 전승 속에서 공정하고 현명한 통치로 황금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는 세 아들 살름(Salm), 투르(Tur), 이라즈(Iraj)에게 세계를 셋으로 나누어 주었는데, 막내 이라즈가 가장 풍요로운 이란 땅을 받았습니다.

페르시아 신화에서 이 분할은 이후 깊은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형들인 살름과 투르는 질투와 탐욕에 눈이 멀어 아우 이라즈를 살해하고, 이로써 페리둔의 통치는 슬픔과 복수의 그림자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페르시아 신화 속 형제 갈등과 왕권 비극의 원형으로 후대 문학에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5. 후대 영향 — 샤나메에서 오늘날까지

페리둔의 서사는 피르다우시의 '샤나메'에 집대성되어 페르시아 문학의 중심 축이 되었습니다. '샤나메'는 이란·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중앙아시아 전역에서 수천 년간 낭송·필사되었고, 페리둔은 선한 왕의 이상적 모델이자 민족 정체성의 상징으로 살아 숨쉬어 왔습니다.

현대 이란에서도 페리둔의 이름은 정의와 용기의 표상으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이름으로 쓰입니다. 페르시아 신화의 자흐하크 퇴치 이야기는 독재와 억압에 맞선 민중의 저항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로 해석되어 오늘날까지도 문학·영화·예술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됩니다.


★ 신의 이야기

페르시아 신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 페리둔이 자흐하크를 무찌르는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어깨에 뱀이 자라나는 저주를 받은 자흐하크가 페르시아 땅을 천 년 동안 공포로 지배하던 시절, 대장장이 카와의 아들들이 뱀의 먹이로 끌려가게 됩니다. 분노한 카와는 자신의 가죽 앞치마를 창끝에 높이 매달아 정의의 깃발로 삼고, 민중을 이끌어 페리둔을 찾아갑니다. 이미 성년이 된 페리둔은 어머니 파라나크와 알부르즈 산의 은둔 생활을 마치고 세상에 나설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카와와 민중의 함성을 듣고 마침내 일어섰으며, 선신 아후라 마즈다의 가호 속에 왕의 후광 '파르'가 그의 온몸을 감쌌습니다. 페리둔은 신성한 소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쇠로 만든 묵직한 곤봉, 즉 '가우 사르(소 머리 곤봉)'를 손에 쥐었습니다.

페리둔의 군대는 자흐하크의 궁성을 향해 진군하였습니다. 페르시아 신화의 묘사에 따르면 강물조차 페리둔의 앞에서 순순히 길을 열었고, 수문장들과 성벽도 그의 위엄 앞에 무너졌습니다. 궁성에 이른 페리둔은 홀로 자흐하크와 마주하여 곤봉을 내리쳤습니다. 자흐하크는 강대한 힘으로 저항했지만, 신의 가호를 받은 페리둔의 일격은 그를 땅에 쓰러뜨렸습니다. 페리둔이 최후의 일격을 가해 자흐하크를 죽이려는 순간, 천사 세라오샤(Sraosha)가 나타나 '아직 때가 아니다, 그를 죽이면 대지가 그의 피로 오염된다'고 말렸습니다. 페르시아 신화는 이 장면을 통해 진정한 영웅이란 분노를 다스릴 줄 아는 자임을 보여줍니다. 페리둔은 자흐하크를 죽이는 대신 단단히 결박하여 알부르즈 산맥 깊숙한 동굴, 다마반드(Damāvand) 산 속에 영원히 가두었습니다.

자흐하크를 봉인한 뒤 페리둔은 페르시아 왕좌에 올라 황금시대를 열었습니다. 억눌렸던 민중은 환호하였고, 오랫동안 갇혀 있던 청년들이 해방되었으며, 대지는 다시 풍요를 되찾았습니다. 카와의 앞치마로 만든 드라프시 카위아니 깃발은 페르시아 왕실의 성스러운 군기가 되어 대대로 전해졌습니다. 페리둔은 정복자의 위세보다는 현명한 통치자의 덕으로 나라를 다스렸고, 페르시아 신화는 그의 시대를 두고 '별들도 기뻐하며 빛을 더하였다'고 노래합니다. 비록 훗날 세 아들에게 세계를 나누어 주는 결정이 형제 살해의 비극을 낳았고, 페리둔은 晩年을 깊은 슬픔 속에서 보내야 했지만, 자흐하크를 꺾고 정의를 회복한 그날의 업적은 페르시아 신화 전통 속에서 영원한 빛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마반드 화산이 이따금 진동하는 것은 갇힌 자흐하크가 탈출하려 몸부림치는 것이라는 전승이 오늘날까지도 이란에 전해집니다.


페리둔의 곤봉 한 방은 단순한 영웅담을 넘어, 페르시아 신화가 인류에게 건네는 가장 오래된 메시지, 즉 정의는 반드시 악을 이긴다는 믿음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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